Posted on 2026. 08. 13.
시장 안심시킬 파격적 공급 없인 백약이 무효인 주택정책, 공공·민간 총동원 속도 내야
정부가 초고가(超高價)·비거주(非居住)·다주택(多住宅)의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올리면서 세 부담 확대에 초점을 둔 ‘8·3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이어 조만간 주택 추가 공급 대책을 내놓는다. 지난해 ‘9·7 공급 확대 방안’과 올해 ‘1·29 공급 대책’에 이은 세 번째다.
수도권은 극심한 공급난 속에 매매가격은 물론 전월세까지 동반 급등하고 있다. 시장 안심시킬 파격적 공급 없인 백약이 무효인 주택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조금만 기다리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시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정부는 실행이 가능한 청사진을 서둘러 내놔야만 한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비아파트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준공업지역 등을 활용한 공급 확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의 사업 추진을 뒷받침할 프로젝트파이낸싱(PF │ Project Financing) 공적 보증 확대, 이주비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 Loan to Value Ratio) 완화 같은 금융 대책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7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2차 부동산정책 점검 회의’를 마치면서 한성숙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장관들을 향해 주택 공급 방안과 관련 “기존 사고방식에 매달리지 말고 전환적으로 판단해서 과감히 생각하고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공공·민간을 총동원해 단기간에 가시적(可視的) 성과를 거양(擧揚)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방향은 적절해 보인다. 앞서 지난 8월 3일 ‘부동산정책 1차 점검 회의’에서는 “2022년부터 지속된 주택 공급 부진이 공급 절벽 상황을 초래했다.”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급과 그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했다.
‘닥치고 공급’이 웅변하듯 절박함은 수치가 말해준다. 올 상반기 서울 주택 준공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31일 발표한 ‘2026년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주택 준공 물량은 1만 5,160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 3만 1,618가구보다 52.1% 감소했다.
이중 아파트 준공은 1만 2,251가구로 작년 상반기 2만 9,420가구보다 58.4% 줄었다. 2022~23년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겹치며 인허가와 착공이 급감한 여파가 지금에야 나타나는 것이다. 신축의 대부분을 재개발·재건축에 기대야 하는 서울에서 정비사업이 10여 년간 위축된 영향도 겹쳤다.
문제는 앞으로 1~2년 뒤에도 공급 가뭄이 풀릴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가격은 오르는데 공급 전망까지 어두우니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다. 주택 공급이 단기간에 늘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시민들이 정말 확인하고 싶은 건 예측 가능성이다. 공급 목표가 실현이 가능하고 그사이 가격이 급등하지 않으리라는 믿음만 생기면, 그 시간표에 기대어 기다릴 수 있다.
그러려면 3기 신도시와 수도권 6만 호 등 진행 중인 사업의 착공·준공을 앞당겨 성과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게 만들어야만 한다. 공사 기간이 짧은 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 공급을 서두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 수 없다. 공공만으로는 역부족인 만큼, 민간의 공급 역량도 최대한 활용해야만 한다.
다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확대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완화가 투기 억제 및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충돌하지 않도록 대상과 기한은 분명히 해야만 한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 확충도 더는 미룰 수 없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재정이 열악한 공공주택기관에 대한 추가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몇만 가구’라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디에 삽을 뜨느냐는 ‘실행력’이 더욱 중요한 관건이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누차 밝힌 만큼 시장을 확실히 안심시킬 수 있는 특단의 공급 확대에 국가의 명운을 걸어야만 한다.
청와대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지난 8월 6일 오전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동산 공급 대책을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라며 “부동산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 확대, 주택금융 합리화 등에 대한 다각적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특히 과천 경마장, 태릉 골프장 부지 활용 등 그동안 나온 공급 대책이 늦어진다는 지적에는 “행정적 문제, 규제 문제 때문에 진도가 나고 있지 않은데 직접 대통령이 챙기며 해당 부처에 과거 관습을 탈피해 비상한 어떤 해법을 내놓으면서 공급 물량을 확보하라고 말씀하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매우 비상한 각오”로 “속도전”에 임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3일 남미 순방을 마친 직후 헬기로 이동해 청와대에서 부동산·증시 점검회의를 주재하며‘관습을 탈피해 비상한 해법’을 주문한 만큼 역대 정부와 다른 특단(特段)의 대책이 나올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7일 ‘2차 부동산 점검 회의’를 주재해 부처별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안을 다듬을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수도권 약 6만 가구 공급에 이어 5만호+알파(a)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협의 지연으로 난항을 거듭해 온 수도권 유휴부지·국공유지 등 활용이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협업이 중요한데도 그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준공업지역 활용, 그린벨트 해제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인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연일 비판해 온 오세훈 시장은 어제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토론회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용산공원 부지 내 주택 공급 방안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라고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지역 의원들은 어제 부동산 간담회에서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재개발·재건축 정책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정부의 공급 사업에 서울시의 협조가 안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당정과 지방자치단체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머리를 맞대도 시원찮을 판에 엇박자만 보여서 되겠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과 숙의를 통한 해결책 강구에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차제에 세제 개편에 따른 전월세난 해소 방안도 공급 대책에 포함돼야만 할 것이다.
공공임대 확대, 무주택 실수요자 지원 등을 강화해야만 한다. 이번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효한 공급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과거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한편 정부가 ‘8·3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청년층 반발이 커지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청년들의 자산 축적 기회가 박탈된다는 지적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7일 정부 세제 개편안에 담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 축소’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청년층 반발이 강하다는 점을 보고 받은 이 대통령은 “정책 수혜자들이 갖고 있는 감수성을 정부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고 한다. 지난 8월 8일에는 혼인신고를 한 가구가 대출이나 청약에서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 22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도 청년·신혼부부 주택담보 대출을 예외로 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빼앗겼다는 청년들의 분노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청년 세대의 수도권 진입 기회가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된다고 최근 진단했다. 실제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주택 비율은 10년 새 32%에서 7%로 급락했다.
작금의 청년층 현실은 세제나 부동산정책의 틀 안에서 부수적으로 손볼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청년 고용률은 지난 6월까지 26개월째 하락했고,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미취업 상태인 비율은 48.6%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다.
학자금 대출에다 취업 유예 기간 생활비까지 빚으로 메우는 청년이 늘어나는 상황은 통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20대 이하 가계 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은 0.44%로 전 연령대 중 최고를 기록했다.
청년층이 빚 없이 자산을 모아 갈 수 있도록 면밀한 정책 설계를 해 주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정책을 불쑥 던졌다가 반발하면 달래기 식으로 땜질 처방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으로 비칠 뿐이다. 정책 하나를 내더라도 내 아들딸의 일이라 생각하고 백번 고민부터 해 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징벌적 과세만으로는 당면한 무주택자와 청년의 주거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다. 급매물에 일부 호가가 떨어진다지만 퇴거와 임대료 인상에 직면한 세입자의 공포가 훨씬 크다. 소득 없이 연금으로 생활하는 고령·은퇴자도 마찬가지다.
심상찮은 조세저항 조짐에 서둘러 수습해야만 한다. 필요하다면 원점 재검토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현실적인 공급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공급 대책 없이 세금만으로 시장을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공급의 핵심수단인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에 미온적이어선 결코 아니 된다. 지금은 정부 정책 하나가 국가 경쟁력인 시대다. 당장 성과를 내겠다고 ‘정책 조급증’에 걸려 엉성한 정책을 남발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로 돌아간다.
정부안의 대대적인 수술도 각오해야만 한다. 정책은 오로지 결과로만 평가받기 때문이다. 민심을 좇아 정책 전환을 선도해 나가야만 한다.
본질에 눈감는 무능을 반복하는 치둔(癡鈍)의 우(愚)도 결단코 없어야만 한다. 부동산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특정 계층에 대한 징벌이 아니라 결국 서민의 주거 안정이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