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 06. 05.


기자의 눈]

보험처리로 끝나는 어린이 놀이터 사고, 통계는 현실을 담고 있나

정릉1동 5세 아이 부상 사례로 본 신고 사각지대

보험처리로 끝나는 어린이 놀이터 사고, 통계는 현실을 담고 있나

(시사프리신문=정진만 기자) 지난 5월 29일 오후 5시경 성북구 정릉1동의 한 아파트단지 어린이놀이터에서 5세 아이가 놀이기구 이용 중 넘어져 입안 천장을 크게 다쳤다. 아이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입천장 부위를 15바늘가량 봉합했다.

말만 들어도 아찔한 사고였지만, 다음 날 만난 아이는 어린아이다운 회복력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뛰어놀고 있었다. 부모 역시 “보험처리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이가 크게 놀라지 않고 회복하고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반갑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어린이놀이터 사고 통계의 빈틈을 생각하게 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아이가 다치면 부모는 치료만 하고, 그냥 보험처리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보상을 요구하거나 책임을 묻기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자체나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등에 정식 사고로 신고하지 않는다.

행정안전부가 2026년 2월 발표한 ‘2025년 어린이놀이시설 중대사고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놀이시설은 8만4,749개소다.

그런데 2025년 한 해 보고된 중대사고는 177건, 부상자는 178명에 그쳤다. 전국에 8만 개가 넘는 놀이터가 있고, 하루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뛰어노는데 공식 통계상 중대사고가 200건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오히려 질문을 던지게 한다.

과연 놀이터가 그만큼 안전한 것인가, 아니면 다친 아이들의 상당수가 통계 밖에 남고 있는 것인가.

한국소비자원 자료를 보면 의문은 더 커진다. 2024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어린이 안전사고는 1만6,409건이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미끄러짐·넘어짐이 31.8%, 추락이 29.5%로 가장 많았다. 피해 부위는 머리와 얼굴이 57.6%로 절반을 넘었다. 이 역시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사례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어린이 안전사고가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넘어짐·추락·얼굴 부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준다.

행안부의 어린이놀이시설 중대사고 통계만으로 놀이터 안전 수준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보험처리로 끝난 사고, 병원 진료만 받고 지나간 사고, 관리주체에 알리지 않은 사고는 공식 통계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고가 기록되지 않으면 같은 장소에서 다른 아이가 또 다쳐도 사전에 막기 어렵다. 어린이놀이터 사고 신고는 보상금을 받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반복 사고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여야 한다.

성북구도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성북구의 어린이놀이시설은 총 490개소에 이른다. 또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CCTV 설치 권고, 안전감시원 운영, 관리주체의 안전관리 책임 강화 등을 조례에 근거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제도가 있다고 해서 현장의 안전이 저절로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정기점검과 안전점검이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도록, 실제 아이들이 이용하는 동선과 사고 가능 지점을 중심으로 살피는 현장형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 지자체는 보호자가 쉽게 사고를 알릴 수 있는 간편 신고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놀이터 안내판에 사고 신고 연락처와 QR코드를 게시하고, 신고된 사고는 월별 점검자료와 함께 관리해야 한다. 보상 여부와 무관하게 사고 장소, 놀이기구, 부상 부위, 조치 결과를 기록하는 체계가 있어야 같은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아이들은 원래 뛰고, 매달리고, 넘어지며 논다. 그래서 놀이터는 아이들의 행동을 전제로 설계되고 관리돼야 한다.

정릉1동의 한 아이가 겪은 사고가 다행히 큰 후유증 없이 지나간다 해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잊혀져서는 안 된다. 보험처리로 끝나는 사고가 아니라, 더 안전한 놀이터를 만드는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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