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11. 05.


학교폭력은 학생 문제 아닌 학교 공동체의 책임

제도는 있어도 작동은 더디다… 사건 처리보다 ‘학생 보호’가 먼저다

(시사프리신문=정진만 기자) 최근 노원구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이 긴급조치회의를 통해 비교적 원만히 마무리됐다.

가해 학생 측의 사과와 반 분리 조치, 학교의 추가 안전대책이 뒤늦게 마련되면서 피해 학생과 학부모는 “늦었지만 합리적인 결론”이라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사건은 빠르게 정리된 듯 보이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왜 학교의 대응은 늦었고, 피해 학생은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상처를 받아야 했는가?”

■ 학폭은 조용히 일어나고, 드러나면 이미 늦다

학교폭력은 더 이상 ‘학생 간 다툼’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의 2024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10명 중 1명이 학폭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나, 절반 가까운 47.3%는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말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학폭은 관계 속에서 은밀하게 지속되고, 학교의 대응은 대체로 늦다. 학폭은 폭력의 문제가 아니라 ‘대응 시스템’의 문제다.

■ 학교는 ‘축소’보다 ‘책임 있는 개입’을 선택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학교는 초기 대응에 미흡했다. 신고가 접수되었음에도 학폭대책심의위원회 상정이 지연됐고, 피해 학생 보호 조치 역시 충분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행히 교육청이 개입한 뒤 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졌지만, 조금만 더 빨리 개입했더라면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교폭력은 은폐하는 순간 더 큰 책임이 돌아온다. 중요한 것은 절차가 아니라 아이의 안전과 존엄이다.

■ 피해자는 지친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한다

많은 피해 학생들은 “폭력보다 대응 과정이 더 힘들다”고 말한다. 조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학업은 중단되고, 반복된 진술은 트라우마를 되새기게 한다.

결국 피해 학생이 전학·자퇴를 택하는 사례가 이어진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학교를 떠나는 구조가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

이번 피해 학생 역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치료를 이어가야 했으며, 반 분리 조치가 늦어져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 매일 조퇴해야 했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인권과 생존권에 관한 문제다.

■ 무엇을 바꿔야 하나 – 세 가지 해법

학교폭력 문제는 이제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첫째, 초기 대응의 원칙화가 필요하다. ‘인지 즉시 보호조치’가 철저히 지켜져야 하며, 교사의 경험과 판단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 둘째, 피해 학생 보호 중심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전히 많은 피해 학생은 “왜 내가 학교를 쉬어야 하냐”며 되묻는다. 학폭의 현실은 피해자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역설 속에 있다.

▲ 셋째, 학폭을 관계 회복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징계만으로는 폭력의 원인을 해소할 수 없다.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징계기관이 아니다. 학교 안에서 안전과 회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학교의 태도가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학교폭력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폭력은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학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학생의 미래를 결정한다. 학폭은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일이다.

폭력보다 학생을 먼저 지키는 것, 그것이 학교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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