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11. 05.
지역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 - ‘천안문 이용현’ 대표
삼선동 지역행사에서 짜장면 1,000그릇 후원… 12년째 이어온 조용한 선행
(시사프리신문=정진만 기자) 성북구 삼선동에서 지난 10월 26일 열린 ‘2025 삼선동 지역행사’ 현장이 짜장면 향기로 가득 물들었다.
길음1동에서 중식당 ‘천안문’을 운영하는 이용현 대표가 축제 장소를 찾은 주민 1,000명에게 직접 짜장면을 나누는 이색 봉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역행사에서 음식 후원이 이뤄지는 경우는 적지 않지만, 대표가 직접 조리 인력을 이끌고 현장에서 조리·배식까지 진행한 사례는 흔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짜장 나눔은 성북 줌바동호회가 함께한 주민 참여형 나눔 행사로 진행됐다.
행사 관계자는 “행사가 공연 중심의 일반 축제가 아니라 ‘서로 나누는 지역 축제’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천안문의 진심 어린 참여가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대단한 일 아니다. 제가 사는 동네를 위한 일일 뿐이다.”
행사 내내 이용현 대표는 조리장 한쪽에서 커다란 웍을 잡고 짜장 소스를 볶으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요리사 출신 봉사자 몇 명이 함께했지만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왜 이런 나눔을 계속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짧고 담담하게 답했다.
“대단한 일이 아니다. 제가 도움받으며 살아온 동네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은 마음일 뿐이다. 봉사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3년째 이어온 짜장 나눔… 누적 2만 그릇 넘어
이 대표의 나눔은 하루 아침에 시작된 일이 아니다. 2013년 겨울, 가게 앞을 지나던 한 학생에게 짜장면 한 그릇을 건넨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행복 짜장 Day’라는 이름으로 짜장 나눔 봉사를 정례화했다.
지역 경로당·복지관·지역아동센터 등을 찾아 매년 수십 차례 봉사를 이어왔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도시락 형태로 봉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그가 나눈 짜장면은 2만 그릇을 넘어섰다.
길음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이 대표는 연락이 와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연락해 도움을 제안하는 봉사자”라며 “명절·폭염·한파 등 위기 때마다 늘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말했다.
지역에 뿌리 내리고 사는 사람…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람
천안문은 주민들 사이에서 ‘동네 사랑방’, ‘이웃 식당’으로 불린다. 단순한 식당 운영을 넘어 지역 안에서 함께 사는 공생 모델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매출의 일부를 지역 복지사업에 후원하고 있으며 ▲독거 어르신 생신상 지원 ▲청소년 식사 지원 ▲무료급식 연계 ▲지역 행사 급식 봉사 등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저는 음식 장사꾼이 아니라 이 동네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밥 벌어먹고 사는 동네가 잘 되어야 나도 잘된다. 그래서 가게 간판보다 ‘동네 사람 이용현’이라는 이름이 더 좋다.”
■ 이용현 대표 인터뷰 10문 10답
▲ 짜장 봉사의 시작은?
2013년 굶주린 학생에게 짜장을 대접한 일이 계기가 됐다. 그날 이후 나눔을 결심했다.
▲삼선동 지역행사 후원 이유는?
삼선동 지역 주민의 축제라서 함께하는 게 당연했다. 주민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어르신들이 “다음 달에도 꼭 와달라”고 손을 잡아 주실 때 힘이 난다.
▲경제적 부담은 없었나?
부담이 있지만 핑계는 되지 않는다. 봉사는 남는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다.
▲나눔 철학은?
장사는 생계이지만 나눔은 신념이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반응은?
가족들도 함께한다. 말보다 행동을 믿는 가족이라 큰 힘이 된다.
▲기억에 남는 나눔은?
혼자 사는 할머니가 “나를 기억해 앞으로 오셔서 손을 잡으며 고맙다”며 울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 앞으로 계획은?
봉사는 평생의 일이다. 숨이 붙어 있는 한 계속할 생각이다.
▲ 함께한 분들에게 한마디?
이건 나만의 봉사가 아니다. 함께해 준 봉사자와 주민들의 힘이다.
▲ 지역 주민들에게 메시지?
나눔은 돈이 없어도 가능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실천을 시작하면 된다.
■ 마무리
이용현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짜장면은 제 일이지만, 사람을 돕는 건 제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의 나눔은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꾸준함으로 증명된 진심은 지역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그가 볶아 온 것은 단지 짜장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 주요 나눔 활동 연혁
2013년~ : ‘행복 짜장 Day’ 시작
2013년~ : 청소년·독거노인 식사 후원 시작
2018년~ : 연중 10회 이상 정기 나눔 운영해 옴
2020년~ : 코로나19 시기, 도시락 나눔 지속
2022년~ : 어르신 생신상 지원 사업
2025년 : 선녀축제 짜장면 1,000그릇 후원
길음종합사회복지관 ‘우리동네 나눔가게’ 우수 후원자 누적 나눔 2만 그릇
서울시장 등 표창 15회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