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08. 07.
한여름의 위로, 오색 그린야드에서 피어난 작은 기적
성북구 장애인단체연합회 ‘여름힐링캠프’, 자연 속에서 마음을 씻다!
(시사프리신문=김영국 기자) 뜨거운 태양이 세상을 덮었던 지난 7월 24일 아침, 서울 성북구의 장애인과 가족, 자원봉사자 등 80여 명이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강원도 양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는 깊은 숲과 청량한 바다, 그리고 온천이 어우러진 곳, 오색 그린야드 호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2025 여름힐링캠프’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장애인의 문화·여가 접근성이 낮다는 사회적 현실 속에서도, 이 캠프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하나의 도전이자 특별한 체험이었다. ‘도전과 체험, 감동의 여름캠프’라는 이름처럼 참가자들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새로운 만남을 경험했다.
이번 여행은 작지만 깊은 위로의 여정이었다. 첫날, 참가자들은 인제 민속산촌박물관에서 선조들의 숨결을 느끼며 조용히 과거로 걸어 들어갔다. 마을 풍습과 농가의 일상이 정갈하게 담긴 전시물들은 어느새 바쁘게 살아온 우리네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이후 도착한 낙산사. 고즈넉한 절집과 푸른 동해의 조화는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절로 감탄이 나오는 바다 풍경은 휠체어를 탄 참가자들에게도 조금의 불편함 없이 열린 위로였다. 곧이어 낙산해수욕장의 파도는 아이 같은 환희의 웃음을 선사했고, 저녁 무렵 오색약수터 인근의 산채비빔밥은 자연이 건네는 따뜻한 인사 같았다.
밤이 깊어갈 무렵, 참가자들은 오색그린야드호텔의 탄산온천과 음파체험으로 지친 몸을 풀었다.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마음까지 맑아지는 것 같았다”는 한 참가자의 말처럼, 이곳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마음을 씻는 쉼터였다.
권금성의 아쉬움, 그러나 완벽했던 둘째 날이었다.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체험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며칠 전 발생한 정비사고로 인해 아쉽게도 운행이 중단됐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다음 여정에 나섰다. 황태 회관의 든든한 점심, 대관령 삼양목장에서의 양떼 체험은 마치 동화 속 풍경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안겼다. 목장의 바람은 시원했고, 풀을 뜯는 양들의 눈동자는 평화로웠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남양주의 작은 식당에서 나눈 마지막 저녁식사는 여행의 마무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서로의 얼굴엔 피곤함보다는 웃음이 남았다.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 온전히 쉬어간 이틀, 그것은 분명 단순한 ‘캠프’가 아니었다.
삶을 껴안는 이번 여름힐링캠프는 (사)성북구장애인단체연합회가 주최·주관하고 성북구청이 후원한 행사로,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의미 있는 여가 시간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사회참여와 자신감 회복을 도모하고자 했다. 사소한 불편도 꼼꼼히 챙긴 기획, 안전한 진행, 그리고 무엇보다 참가자들 간의 따뜻한 시선이 이 여정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성북구의회 정해숙·김경이·경수현 의원이 출발 전 버스에 올라 따뜻한 인사를 건네며 “무사히 다녀오시라”고 전한 그 마음처럼, 이번 캠프는 ‘함께’라는 말의 깊이를 새삼 되새기게 했다.
삶이 때때로 우리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지만, 이런 하루하루가 있기에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이 작고 따뜻한 여름캠프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작은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