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08. 07.
자살로 이어지는 팍팍한 노인들의 삶, 빈곤 해결하고 정신건강 돌봐야
지난해 소득 수준이 낮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살아가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267만 3,485명 가운데 무려 42.8%인 110만 458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3일 발간한 ‘2024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21만 7,221명 중 수급자는 267만 3,485명으로 5.21%를 차지했고, 범위를 65세 이상 노인으로 좁히면 65세 이상 인구 1,025만 6,782명 중 수급자는 110만 458명으로 수급자 비율은 10.7%로 높아졌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의 생활과 자활을 돕기 위해 국가가 급여를 지급하는 복지제도다. 소득인정액이 일정 기준 이하이면서 부양할 사람이 없거나,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으면 지급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지난해 12월 23일 사상 처음 20%를 기록하며 한국도 국제 기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24일 전날인 23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 5,122만 1,286명 중 65세 이상이 1,024만 4,550명으로 전체에서 20.0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초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노인 인구의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수급자 중 노인 비중은 2020년 35.4%, 2021년 37.6%, 2022년 39.7%, 2023년 41.3%, 2024년 42.8%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4년 30.6%와 비교하면 무려 12.2%포인트나 늘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비교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20년 넘게 자살률 OECD 1위라는 오명(汚名)을 벗지 못하고 있다. 2024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인 조(粗)사망률은 28.3명으로 2013년(28.5명)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한국 노인들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통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65세 이상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0.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16.5명의 2.46배 이상이다.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우울증, 사회적 고립, 신체 질환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는데 특히 정신과 진료를 잘 받지 않고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아 자살 시도 후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청소년의 경우 200회, 젊은 성인은 8∼33회 시도 끝에 자살로 이르지만, 노인은 2∼4회 시도만으로 바로 숨진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고의적 자해(자살)로 숨진 65세 이상 인구는 1만 8,044명으로 하루 평균 10명꼴이었다. 노인들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매우 취약함을 경고하는 적색 신호가 아닐 수 없다. 2023년 한 해 동안 자살한 노인은 3,838명으로, 65세 이상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인 조(粗)사망률은 40.6명이었다.
이는 같은 해 15∼64세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인 28명과 비교하면 45% 이상 많은 수치다. 특히 남성 자살률이 여성보다 높았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60대는 남성 41.4명, 여성 13.2명이었으며, 70대에는 남성 61.9명, 여성 17.7명, 80대에는 남성 117.9명, 여성 30.9명이었다.
노인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는 우울증, 신체 질환, 사회적 단절 등을 꼽을 수 있다. 노년기 우울증은 우울감 같은 전형적인 기분 증상보다는 정신과에서 우울증으로 판단하는 ‘진단 역치(Diagnostic Threshold │ 질병이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기준점)’가 낮은 무(無)감동, 무(無)쾌감 등으로 나타나 발견이 어렵다고 한다.
신체 질환을 진단받은 지 얼마 안 된 시기일수록 자살할 위험이 크며, 배우자나 중요한 관계의 상실, 혹은 인간관계에서의 갈등도 자살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38.3%로 OECD 회원국 평균의 2.4배로 나타났다. 폭염(暴炎)에도 하루 고작 3,000원을 벌기 위해 굽은 허리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일상은 이를 방증(傍證)하기에 충분하고 남음이 있다. 그러함에도 빈곤율도 OECD 1위다. 노후 대비가 안 돼 있어 오래도록 일을 하고는 있지만,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보니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 노인들의 경우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미국이나 유럽 나라보다 빈곤율이 높게 나오지만 이러한 특성을 감안(勘案)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고령자들이 임금 감소와 고용 품질 하락에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비롯한 노후 소득이 불충분해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의 월평균 국민연금 지급액은 월 65만 4,000원이다. 기초연금의 기준 지급액인 20만 원과 합산하면 85만 4,000원으로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인 134만 원에 약 50만 원이나 모자란다.
특히 지난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제도가 10년 이상 납입한 가입자를 지급 대상으로 해, 일부 고령자는 가입 기간 불충분으로 연금을 지급 못 받는 경우도 많다.
특히 연금 없이 노후를 맞는 ‘무(無)연금’ 노인 비중이 70%에 육박하던 수준에서 10% 미만으로 급감을 하며, 가족 부양에 의존하던 시대가 저물고 공적 부양의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런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속 빈 강정’처럼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고, 특히 75세 이상은 61.3%로, 65~74세(30.8%)의 두 배에 달하고 있어 연금제도의 보장성을 더욱 강화해야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부양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은퇴 가구의 노후 소득에서 가족이 지원하는 비중은 빠르게 줄었다. 지난 2014년에는 노후 가구의 생활비에서 가족의 금전적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34.3%였는데, 2024년에는 24.3%까지 불과 10년 새 10%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은퇴 전 적립한 공적 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과 금융 자산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비중은 29.3%에서 34.9%까지 같은 기간 겨우 5.6%포인트만 늘었다. 앞으로 40년 후에는 생산인구 1인이 책임을 져야 할 노인 인구수가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은퇴 전 금융 자산 적립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이미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가 넘으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따라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정신건강을 돌보는 일은 이젠 중요한 국가적 책무가 됐다.
기초연금 제도는 형편이 어려운 고령층에 집중되도록 재설계하고,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쓸 돈이 없는 고령층에 주택연금 가입을 유도해 활용하게 해야 한다. 일부 유럽 국가는 기존의 3층 연금 체제(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에 ‘일자리 제공’을 더한 ‘4층 보장체제’ 도입을 적극 실험 중이라고 한다.
우리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만 한다.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감을 덜어주고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여 특별관리하는 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역사회와 의료 기관의 노력이 더욱 긴요하다.
60년 넘게 열심히 살아오다 가난과 외로움에 자살로 참담하게 생을 마감하거나 외롭게 고독사하도록 방치(放置)하고 방기(放棄)하며 외면해서는 결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