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07. 16.


기준금리 동결, 집값 안정·경기 회복 정책조합으로 L자형 저성장 막아야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7월 10일 올 하반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0%대 저성장 위기에도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주택시장 과열 심리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의 발현이자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한 집값 상승을 부추기지 않게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의 실행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해온 한국은행이 이번에 동결로 전환한 것은 추가적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대출 증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금리 ‘피벗(Pivot │ 통화정책 기조전환)’은 없었다는 해석이다.

이로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6·27 부동산 대출 규제’ 대책의 효과와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효과, 31조 8,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 상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등을 지켜볼 시간을 확보하고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부진과 미국발 관세전쟁의 영향으로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부양에 두고 있다. 그러나 “관세도 오르고 부동산도 잡히지 않으면 금융 안정과 성장 간 상충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우려처럼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창용 총재도 “부동산 가격 급등은 이미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는 임계 수준에 와 있다”며 “경기 진작을 희생하더라도 수도권 주택 가격이 상승하지 않도록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게 정책의 우선순위에 있다”고 강조하며 집값과 가계대출을 금리 동결의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지목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는 타이밍이 핵심이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면 성장 회복 속도는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집값이 급등하면서 지난달 국내 은행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6조 2,000억 원 늘어, 10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만에 5조 1,000억 원이 증가했다.

물가 안정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2.2%로 염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역대급의 극한 폭염 등을 감안하면 상승 압력은 여전히 강하다. 게다가 한국 경제가 향후 5년간 ‘L자형 저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경제 및 경영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설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제·경영 전문가 102명 중 40.2%가 향후 5년간 한국의 성장률이 ‘L자형’ 성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고, 21.6%는 ‘점진적인 우하향’ 추세를 전망했다.

전체 전문가의 61.8%가 성장률 둔화 또는 정체를 예상한 데 반해 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은 ‘점진적 상승’이 17.6%, ‘초기에 낮으나 갈수록 회복’이 16.7%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들 전문가 10명 중 6명이나 지금 이대로라면 이재명 정부 5년의 ‘성장 성적표’가 신통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이들 경제·경영 전문가 102명의 전망을 보면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인공지능(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이라는 ‘335 공약’도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목표인 셈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이미 차갑게 식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와 이들이 제시한 저성장 탈출 해법을 허투루 흘려듣지 말아야만 할 이유다.

나아가 이들 경제·경영 전문가들은 성장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새 정부가 출범 1년 이내에 우선 추진할 경제 정책으로 ‘기업 투자 활성화(69.6%)’와 ‘대외 통상전략 수립(68.6%)’을 꼽았다.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추진해야 할 과제 중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전략산업 집중적 투자지원으로 ‘미래 첨단산업 육성’이라고 59.8%가 응답했다.

우선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미국발(發) 관세전쟁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이들 경제·경영 전문가들은 경제시스템과 산업구조 개혁에 성공한다면 잠재성장률을 2030년대에 1.5~2%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 │ 물가 자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 올해 사상 처음 2% 아래로 떨어져 1.9%에 그칠 것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는 마당이다. 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예측해 지난해 12월 추정치(2.0%)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3월 31일 발간한 ‘2025년 NABO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 10월 전망(2.2%)보다 0.3%포인트 낮아진 1.9%로 전망했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5월 8일 밝힌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이 올해 1.8%로 예상한 데 이어 2030년대 1% 초반, 2040년대 0% 내외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정부 5년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은 너무도 자명(自明)해 보인다. AI를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 전환,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 저출생·고령화 영향 등이 동시다발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공지능(AI) 산업 부상, 무역 질서 변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우리 경제의 기본 틀이 바뀌고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구조적인 접근법이 긴요함을 명심해야만 한다. 성장과 쇠퇴의 갈림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히 기업이지만, 정부가 기업을 역동적으로 뛰게 하느냐 규제 족쇄를 채워 발목을 잡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빚에 짓눌린 가계, 기업의 소비·투자 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려면 결국 과열된 집값부터 잡아야만 한다. 대출 규제로 급한 불만 끈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 안정이 경기 회복의 전제조건이자 열쇠인 셈이다. 따라서 한풀 꺾인 주택 수요에 대한 관리의 고삐를 늦춰선 결코 안 된다. 동시에 지지부진한 3기 신도시의 추진 속도를 높이는 등 실수요자들을 안심시킬 공급대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금융 안정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화·재정·금융·부동산 등 다양한 정책 수단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조합을 서둘러 찾아내야만 한다. 한쪽에만 치우친 편향된 정책은 ‘풍선효과’ 등 부작용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면서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고품격 정책을 조속히 강구하여 실기하지 말고 적기에 서둘러 집행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침체 일변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업 투자를 살리는 것만이 최대 현안이자 급선무임을 각별 명심해야만 한다. 더불어 성장 전략의 변화요구도 고려해야만 한다. 집값과 가계부채가 통제되지 않는 한 통화정책 여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집값과 가계부채, 물가를 잡는 것만이 경기 부양의 선결 과제인 셈이다.

정부는 단기적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 재정 정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성장 산업을 키울 수 있도록 낡은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생산적 인프라 투자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집값 안정과 경기 회복의 고순도 정책조합으로 L자형 장기 저성장은 기필코 막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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