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06. 18.
OECD 최악의 잠재성장률 추락, 구조 개혁 서둘러 추세 반전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다른 주요국들보다 빨리 떨어지고 최근 역(逆)성장도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0년간 6%포인트 하락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악이라고 하는 등 새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천명한 잠재성장률 3% 복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지표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성장률로 국가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경제지표다.
우선 세계은행(WB)이 지난 6월 10일(현지 시각)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무역 관련 긴장과 정책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연초 발표한 2.7%에서 0.4% 포인트 하향한 2.3%로 조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기(Recession)를 제외하고는 최저 수준이다.
더불어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올해 성장률도 4.5%로 둔화하고, 내년엔 4%로 더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경우 1월 WB가 제시한 2.3% 성장률에서 0.9%포인트 낮춰 1.4% 성장을 예상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세계은행(WB)의 이번 수정전망치가 OECD와 국제 통화기금(IMF) 예측보다 더 낮다는 것이다.
OECD는 지난 6월 3일(현지 시각) 발간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3월 전망치 3.1%보다 0.2%포인트 내린 2.9%, IMF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이보다 더 낮은 2.8% 성장을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추세가 최소한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경제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2기 행정부가 기존에 시행 중인 10% 관세에 더해 평균 관세가 10%포인트 높아지고, 다른 국가들도 이에 상응한 보복 조치의 경우 올해 경제전망이 0.5%포인트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보고서는 이처럼 무역장벽이 확대되면 올해 하반기 세계 무역 시장 신뢰가 무너지고, 그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로 금융시장 역시 혼란을 겪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가파르다는 한국은행의 진단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10일 ‘우리 경제의 빠른 기초체력 저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와 ‘최근 역성장 빈도 증가, 경기 대응과 함께 구조 개혁이 긴요’의 두 개 보고서를 내놨는데 한국은행은 최근 30년간(1994∼2024년)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폭이 6%포인트로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하다고 봤다. 분기당 역성장도 2010년대에는 2017년 4분기 한 차례에 그쳤지만 2020년대에는 다섯 차례나 발생했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외부감사를 받은 비금융 영리법인(3만 4167곳) 중 번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한 법인이 40.9%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4년 8%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2%를 밑돈다. 낙폭이 두 번째로 큰 칠레는 이 기간 잠재성장률이 5.5%포인트 하락했고, 일본이 -1.8%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3년 5%대, 2017년 3%대에서 올해 2.02%(OECD)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KDI 수치는 그보다 낮은 1.8%다. 한국 잠재성장률 추락은 경제성장률 동반 하락으로 이어졌다. 김대중 정부 때 평균 5.6%였던 성장률은 노무현 정부(4.7%), 이명박 정부(3.3%), 박근혜 정부(3.0%), 문재인 정부(2.3%), 윤석열 정부(2.0%)로 역대 정부를 거치며 꾸준히 뒷걸음질 쳤다. 현 추세대로라면 이재명 정부 5년 동안 한국 경제는 사상 처음으로 1%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 전망치는 0.8%에 불과하다. 1994년 8%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지금은 2%를 밑돌 정도로 성장의 엔진이 급속도로 식은 것이다. 한국은 일본을 향해 ‘늙어가는 경제’‘잃어버린 10년, 20년’을 아주 쉽게 말하지만, 노화 속도로 보면 일본의 3배를 넘는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저성장 침체 기조가 근래 들어 한층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저성장과 정체를 넘어 역성장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됐다. 올해 들어 지난 1분기 마이너스(-) 0.2%로 나라 경제에 비상이 걸렸지만 실상 반년 전인 지난해 2분기 성장률도 -0.2%로 빨간불이 벌써 켜졌던 셈이다.
한국은행은 전문적 평가모델을 돌려 분기별 역성장 발생 확률이 최근 10년 새 3배로 급증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2014년 4%였던 발생 가능성이 지난해 13.8%로 치솟았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투자와 산업구조 혁신을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물론 중요한 방향이지만 저성장 탈피를 위해서는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 (Fundamental)’의 바로미터(Barometer)인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마이너스(-) 성장은 우리 옆에 바짝 붙어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성장이 정체되고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빚어지는 일들에 대해 심각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고, 세목 구별 없이 세수도 감소한다는 의미다.
소득이 줄어들고 투자위축이 현실화하면 부실한 재정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악순환 더욱 가중된다. 그 와중에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 무섭지만 모든 자산 가격까지 급락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 물가가 지속 하락하는 현상)’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처한 작금의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폭풍우와 거센 파도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경기가 위축되더니 계엄 여파로 올 1분기에는 결국 역성장까지 기록했다.
그 와중에 내수는 초토화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생·고령화로 5년 뒤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로 진입한다는 경고장도 받았다. 화학, 조선, 철강 등 기존 주력산업은 노쇠해지는데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은 아직 글로벌 경쟁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성숙해지면서 잠재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의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 문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급감, 생산성 저하, 자본투자 위축, 산업구조 전환 미흡, 첨단산업 육성 부진 등이 겹친 결과다.
미국·영국·호주 등은 1인당 GDP가 일정 수준을 넘은 뒤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가 완만해지거나 멈추는 경향을 보였다. 저성장이 장기화하면 복지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반면 일자리 감소와 소득 정체 심화로 나라 경제가 구조적 위기로 빠지게 된다.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질 좋은 일자리 창출,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튼튼한 안보 체제 구축 등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민간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뜩이나 수출시장의 보호주의 확산으로 국내보다 선진국에 뭉칫돈을 밀어 넣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이 싫어하고 불안해하는 정책은 과감히 접을 수도 있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정부를 비롯해 공공 부문이 먼저 허리띠를 죄고 민간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노동·연금 등 구조 개혁을 추진하면서 초격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육성을 전방위로 지원해 신성장 동력을 재점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저출생·고령화 문제 대응을 위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지원 대책으로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날로 비대해지는 공공 부문 몸집을 줄이고 과감한 규제 혁파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게 해야만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새 정부와 여당은 일단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총 20조 원 이상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확장 재정 정책은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생산성 제고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꿔야만 한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적 시장주의’를 표방한 것에 걸맞게 노사 양측과 국민들을 설득하면서 뚝심 있게 강단 있는 구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만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유능한 선장은 풍랑과 해일을 탓하지 않고 살길을 찾는다. 불황을 돌파할 이재명 정부의 역량이 시험대에 놓였지만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국가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 한다.
잠재성장률 3%를 달성하는 ‘진짜 성장’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선 세계 경제의 위축을 정면 돌파할 수 있는 보다 과감한 ‘신시장 정책’추진이 절실해 보인다. 과감한 구조 개혁을 서둘러 성장 동력을 확보하여 추세 반전을 시켜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