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06. 11.
여전히 불안한 서울 집값, 공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 나와야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폭을 키우며 1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 2025년 6월 1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따르면 6월 1주(6월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9% 올랐다.
지난주 0.16% 오른 데 이어 상승 폭이 0.3%포인트 커져 5월 이후 상승 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8주 연속 상승하는 추세다. 송파구가 0.5%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서초구(0.42%), 강남구(0.4%), 강동(0.32%)이 뒤를 이었고 양천(0.32%), 마포(0.3%)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뚜렷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시장 과열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가 지난 3월 19일 강남 3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3월 24일 효력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3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GBC │ Global Business Complex)’ 인근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승인했다가 집값이 뛰자 한 달여 만에 다시 구(區) 전체를 묶은 초강수였다.
허가구역에선 2년 실거주 의무가 있어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한데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는 3.3㎡(1평)당 매매가격이 2억 원을 넘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일부 단지에서 거래 관망세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에 재건축 추진 단지 및 신축·대단지 등 주요 선호단지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꾸준하고 상승 거래가 체결되면서 서울 전체 상승 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기대 심리와 유동성, 규제의 풍선효과 등이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강남권은 학군, 교통, 개발 호재 등으로 여전히 수요가 집중되는 ‘불패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어 규제만으로 가격 안정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월 24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효력 발생 이후 0.11%로 급락했고, 지난 5월 5일에는 0.08%까지 하락하며 잠시 진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다시 반등해 5월 12일 0.1%, 19일 0.13%, 26일 0.16%로 꾸준히 상승 폭이 커졌다.
이 같은 흐름에는 지난 5월 2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SC제일은행(최대 0.20%포인트 인하↓), NH농협은행(0.25∼0.30%포인트 인하↓), 하나은행(0.1~0.3%포인트 인하), 우리은행(0.20%포인트 인하↓), 카카오뱅크(0.10%포인트 인하↓), 케이뱅크(0.10%포인트 인하↓), 토스뱅크(최대 0.30%포인트 인하↓) 등이 앞다투어 예금 및 적금 금리를 낮췄다.
이렇듯 대출 여건이 개선되면서 시장에 다시 자금이 유입되고, 매수 심리도 회복되는 양상이다.
이렇듯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폭을 키우며 1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 부족과 정책 불확실성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어서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는 2만 4000가구로, 올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유동성 확대 전망 등이 맞물리면서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도 집값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도 입지와 상품성을 겸비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강남권에 집중되면서, 강남 3구 대장주 아파트들은 토지거래허가제가 무색하게 잇달아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정 지역의 집값만 급등하면 상대적 박탈감과 계층 간 갈등, 근로 의욕 저하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집값 안정을 꾀하기 위해선 과도한 상승 기대 심리부터 누그러뜨려야 한다. 아파트는 빵처럼 밤을 새워서 만들 수 없지만, 수요자에게 중장기적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만 줘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 강도 높은 세제 대신 주택 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확한 진단이자 바른 처방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공급 로드맵이다.
무엇보다도 서울 주택 공급의 80~90%를 차지하는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핵심이자 관건이다. 문제는 사업성 저하로 정비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지면 서울시가 목표로 삼은 주택 공급 확대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에서 공공임대를 조합으로부터 인수할 때 건설 원가의 40% 수준에서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 정비사업지의 공사비가 3.3㎡당 800만 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셈이다. 공사비가 오르면 오를수록 조합의 손해는 더 커지는 구조인 셈이다.
올해 1분기 서울 내 정비구역 442곳 중 실제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은 62곳(14%)에 그쳤다. 10곳 중 1곳 남짓만이 공사를 시작한 셈이다. 규제를 유지한 채 공급을 늘리겠다는 건 모순된 접근이다.
가장 큰 걸림돌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전향적으로 완화하고, 정비사업 기간 단축을 위한 특례법도 통과시켜야만 한다. 지연되는 3기 신도시 사업도 재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 공급물량도 턱없이 부족하다.
착공 62곳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총 5만 1,028가구(임대 포함)로, 전체 정비사업 계획물량(38만여 가구)의 13% 수준에 그친다.
입주 예정 물량도 심각하게 줄고 있다. ‘부동산R114’와 ‘한국부동산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4만 6,710가구에서 내년 2만 4,462가구로 2만 2,248가구나 급감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공사비 분쟁이나 행정심의 지연 등을 고려하면 실제 입주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부동산 공급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기본주택을 포함해 2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초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 억제 중심에서 중산층·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택공급 신속 인허가 제도’를 도입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비를 절감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는 등 신축수요에 방해되는 고분양가 문제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심사대상에 공사비 분쟁 조정을 포함해 공사비 투명성을 담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공성 강화 원칙’ 하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절차와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 규제도 풀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지역 공약에선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고, 국공유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용적률·건폐율 완화로 사업성이 개선될 수 있는 만큼 정비사업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적률이 높아지게 되면 조합원 분양 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이 늘어나게 돼 분담금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문제는 조속한 실행에 있다. 정책은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재명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서둘러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