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5. 05. 22.


지구를 한입에! 성북동에서 펼쳐진 세계 미식 여행 ‘맛지구나’

▲제17회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화려한 퍼포먼스

(시사프리신문=김영국 기자) 역사 깊은 골목길 따라 떠나는 세계 미식 소풍, 성북 세계 음식문화 축제 누리마실을 다녀왔다. 서울 북쪽 끝자락, 느릿한 경사 위로 고요하게 자리 잡은 성북동. 이곳엔 오래된 담장 아래 햇살이 머물고, 나무 그늘 아래엔 바람이 천천히 불어왔다. 그 고즈넉한 골목에 갑자기 ‘지구 한 바퀴’가 펼쳐진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5월 18일, 성북동 성북로 일대에서 열린 제17회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조용하던 골목을 다채로운 향과 색으로 가득 채웠다. 세계 19개국 대사관이 준비한 전통 요리들이 거리마다 진열되고, 언어와 피부색, 국적은 다르지만 모두가 웃으며 음식을 나누는 풍경은 마치 전 세계가 평화를 기원하는 작은 파티 같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축제의 거리다.

성북동은 골목을 돌다 보면 그곳이 바로 세계 여행지다. “여기 한 번 드셔보세요! 이건 콜롬비아식 아레파예요. 오, 향이 정말 독특해요. 이건 오만의 전통 커리라고요” 세계의 입맛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 굳이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괜찮았다.

성북동 골목을 따라 걷기만 해도 남미와 유럽, 아시아의 맛있는 이야기가 접시 위에 펼쳐졌다. 낯선 향신료의 기분 좋은 자극, 부드럽게 퍼지는 고기와 곡물의 식감, 그 속에 담긴 각 나라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다. 모든 메뉴는 8천 원 이하, 게다가 직접 요리한 대사관 셰프들의 손맛이라니. 특별한 날, 특별한 동네에서 누리는 ‘합리적인 사치’였다.

성북동은 성북의 역사와 함께한다. 역사 속 골목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축제는 지금의 일이지만, 배경은 시간을 품고 있었다. 성북동은 조선시대 왕족과 양반들이 별장을 짓고 머물던 곳이었고, 해방 후에는 시인 한용운과 화가 이중섭, 문학가 이태준 같은 예술가들이 마음을 내려놓은 마을이다.

또한 길상사, 수연산방, 성북동성당처럼 오랜 시간을 품은 장소들 사이로 음식 냄새가 퍼지고, 퍼레이드가 흘러가고, 웃음소리가 떠돌았다. 사람들은 하나둘 골목의 벤치에 앉아 음식을 나누고, 그 자리에서 오래된 서울과 세계의 문화를 함께 맛보았다.

성북동은 볼거리, 놀거리, 지구촌 축제 그 자체다. 성북구에서 17년간 진행해 온 ‘누리마실’의 재미는 음식뿐이 아니다. 거리에는 민속춤, 클래식, 마술쇼가 쉼 없이 이어지고, 수레를 타고 퍼레이드에 참여한 외국인과 지역 주민들은 함께 비눗방울을 날리며 골목을 누볐다.

아이들은 세계 의상 체험과 전통 놀이에 빠지고, 어른들은 플리 마켓에서 공정무역 커피와 제로 웨이스트 소품을 구경하며 천천히 하루를 보냈다. 다회용기 사용 캠페인도 인상적이었다. “텀블러 가져오셨어요?”는 인사로 시작하는 음식 구매는, 지구를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실천이었다.

올해 슬로건은 ‘맛지구나’다. 그러나 그곳을 다녀보면 마음이 가는구나로 바꾸어진다. ‘맛지구나’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었다. 세계의 ‘맛’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구’를 생각하며 그 모든 시작은 ‘나’로부터 가능하다는 메시지. 그래서 이 축제는 ‘맛지구나’이자, ‘마음이 가는구나’였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성북동은 음식만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 시간까지 맛볼 수 있는 동네다. 이번 축제를 통해 많은 분이 세상을 맛있게 이해하는 경험을 하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성북동을 찾는 여행자에게 성북동은 축제 날만 특별한 곳이 아니다. 축제 후에도 천천히 걸어볼 만한 동네다. 맛집을 따라 골목길을 돌다 보면 오래된 한옥 북카페, 사찰음식 전문점, 조용한 갤러리와 고서점이 여행자를 반긴다. 지친 하루가 있다면, 성북동은 당신을 쉬게 해주는 골목이다. 한 끼로 떠나는 세계 여행, 성북동에서의 하루. 누리마실은 내년을 기약하고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성북동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제17회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의 여러 행사 모습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상생요리사 부스의 요리사와 인사하고 있다.

▲제17회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행사 전경

▲제17회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콜롬비아 부스에서 전통의상을 입고있는 여자.

▲제17회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이 성북동 일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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