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3. 10. 25.


‘다가구’ 전세 사기 피해 못 막는 특별법, 도대체 언제 보완할 건가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세사기 사건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수원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전에서도 대규모 전세사기가 또 적발됐다.

지난 10월 16일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무자본 갭투자로 다가구주택을 구입한 뒤 160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지난달 27일 부동산 임대업 대표 A씨(49세)를 구속 송치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 대표 A씨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무자본 갭투자로 구입한 다가구 주택의 기존 월세계약을 전세로 전환하며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속이는 수법인 이른바 ‘깡통전세’를 만들어 155가구를 대상으로 160억 원 상당의 사기를 벌인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번에도 피해자의 대부분이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한 20~30대 젊은 층이라고 한다. 사회초년생들이 여전히 ‘악질 범죄’인 전세사기의 먹잇감이 되고 있으니 답답할 뿐만 아니라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2023년 6월 1일 제정되어 지난 7월 2일부터 시행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약칭 전세사기피해자법)」이 작동하고 있으나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여전히 많다. 특히 대전의 경우 사기 피해가 ‘다가구주택’에 몰려 있는데 「전세사기피해자법」은 ‘다세대주택’만 겨냥하고 있어 피해자를 두 번 울리고 있는 셈이다.

다세대주택은「건축법」에 의한 건축물의 용도 상 ‘공동주택’이고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이다. 즉 다세대주택은 부동산등기상 구분소유이며 다가구주택은 단독소유다. 다세대주택은 구분 등기가 가능한 소유권이 있는 건물로 면적 기준(660㎡ 이하)이 다가구주택과 동일하지만 주택 사용 층수은 4개층 이하로 허가받은 건물이다. 각 층별로 분리해 등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대별로 매매나 분양도 가능하다.

만약 이 건물 전체를 소유했다면 다세대주택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다가구주택은 단독주택과 마찬가지로 건물 전체를 1주택으로 간주한다. 다가구주택 내 각 층별로 여러 주택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전체 건물을 1개 주택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렇게 1주택자 지위를 가져 양도세 등 세금 부담이 적은데다 임대수입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다만 각 가구별로 분리해 소유하거나 매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구속된 부동산 임대업 대표 A씨는 유령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해 오면서 보유한 건물은 최소 200채로, 피해액은 최대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피해 규모도 규모지만 당장「특별법」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특별법」은 피해자가 원하면 살던 집을 우선 사들일 수 있게 하고 경매 유예 신청도 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집집마다 개별 등기가 가능한 다세대주택과 달리 다가구주택은 집주인이 1명이다. 따라서 살던 집을 넘겨 받으려 해도 다른 세입자의 동의를 전부 구해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번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의 90% 이상이 다가구주택 거주자여서 전세사기피해 「특별법」의 혜택조차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지난 7월 2일 시행된 「특별법」은 피해자들이 거주 주택 경·공매 유예 신청을 하고, 피해 주택을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등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상황에 맞춰 각각의 소유자가 있는 다세대주택 중심으로 급하게 만들어지면서 개별 등기가 안 되는 다가구주택은 사각지대에 놓여 버렸다.

다가구주택 피해자에게 「특별법」은 사실상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렇듯 「특별법」의 허점이 드러난 만큼 정부와 국회는 서둘러 보완해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전세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가해자에 대해 일벌백계 엄벌한다는 의지를 누누이 밝혀 왔었다. 전세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 받는다. 「형법」제347조(사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법」제37조(경합범)와 제38조(경합범과 처벌례) 제1항 제2호의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피해자가 여러 명이거나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질렀을 경우는 경합범이 돼 법정 최고형의 2분의 1인 5년을 가중한 징역 15년형이 가능하다. 하지만 피해 규모에 비해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6월 12일 제125차 전체회의를 열고 조직적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을 반영해 전세사기 양형 기준을 손보기로 했다. 하지만 대법원장 공석이 장기화하면서 사법행정 전반이 지연되고 있어 언제 보완할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전세사기는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통째로 가로채는 중대범죄다. 피해자들이 줄줄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사기를 당한 후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피해 예방과 피해자 보호 제도는 물론 양형 기준도 서둘러 엄격히 강화해야 한다.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약칭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부패범죄 피해자는 피해 재산을 보전받을 수 있지만 ,「부패자산몰수법」상 기소 전 몰수·추징 대상에 전세 사기는 빠져 있어 피해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다가구주택을 포함해 특별법의 사각지대를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 후속 조례 제정 등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피해자가 565명에 달하는 ‘건축왕’ 사건이 발생하는 등 전세사기 진앙지인 인천은 지난 5월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63억 원을 편성했지만 지난 10월 4일까지 불과 5,556만 원이 집행되었을 뿐 피해 예산 집행률이 고작 0.88%에 그쳤다. 꺾이지 않고 지속되는 전세사기 범죄는 정부 대책에 아직도 허점이 많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 전반을 촘촘히 재점검하고 지원 속도를 높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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