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2. 05. 18.


"어쩌다 부모 ”




                                                  ▲ 문기덕(굿네이버스 서울동부지부장)




올해는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는 해다. 


어린이를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노동에서 자유하게 하고, 가정과 사회적 시설에서 배우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방정환 선생님의 메시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전달하고 있을까? 


몇 년 전부터 미디어에서는 ‘어쩌다~~’로 시작되는 프로그램들이 보인다. 어쩌다 어른, 어쩌다 결혼, 어쩌다 사장 등 지금도 이런 제목을 가진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준비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런 상황과 맞닥뜨리면서 어쩔 수 없이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되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조금씩 익숙해지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나에게는 매우 감동을 준다.


결혼을 위해 예식장 예약을 하고, 청첩장을 준비하면서 결혼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예비부부를 본다. 결혼을 준비하는 그 시간이 예비부부들에게는 즐거운 시간이고, 마냥 행복하기만 한 시간인 것 같다. 


결혼을 한 이후 말 그대로 어쩌다보니 어느 순간 내 품이 아이가 안겨 있고, 주변에서 나를 부모라고 부른다는 지인의 이야기처럼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부모라는 타이틀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어쩌다가 부모가 되었을까? 자녀를 낳을 계획을 세우는데까지는 준비하는 듯 하나, 부모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는 계획하지 못하는 부모가 많은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가는 어른의 모습이 요즘의 부모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연초부터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아동학대 사건들이 있었다.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아동학대는 매년 그 신고 숫자가 늘고 있고,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0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도 나왔듯이 아동학대 가해자의 82.1%가 부모라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며, 놀랍지도 않은 사실이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성장 과정에서의 아동학대 경험을 겪으며, 그 경험이 세대 간 전이가 이뤄져 끊어지지 않는 아동학대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방정환 선생님의 메시지가 마음속에 더 깊이 와 닿는 것 같다.


나의 유년 시절에는 누릴 수 있는 권리도 없었고,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보지 못했다 할지라도 지금 우리의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보호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부모들의 역할이어야 한다. ‘어쩌다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준비된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주위에서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수능을 마친 후 학교에서 인성프로그램으로 예비부모교육을 진행하면서 부모역할에 대한 교육을 하고, 결혼하기 전 예비부부들이 부부생활과 자녀양육에 관련된 부모교육을 이수하면서 준비된 부모로서의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법적 제도내에서의 부모교육 이수가 제도화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20년 7월 정부에서  발표한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에서도 수요자 맞춤형 부모교육, 부모교육 이수 제도화 및 인센티브 도입 등 부모교육 강화를 위한 의지를 보인바 있다. 이러한 제도 역시 어쩌다 부모가 아닌 준비된 부모를 양성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은 세계 최초로 어린이 인권 해방을 선언하며 어린이날을 제정했던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5월만이 아니라 1년 365일이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어쩌다 부모가 된 어른들이 아니라 준비된 부모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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