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5. 11. 05.
운전 중에는 분노를 다스리자
번동파출소 경사 반지원
최근 경찰은 제보 받은 자동차 블랙박스에 담긴 난폭운전 동영상으로 도로 위에서 보복운전을 한 사람들을 입건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는 것이다. 평범한 회사원들이었지만 영상에서의 모습은 양보를 하지 않거나 경적을 울린다는 이유로 다른 운전자를 위협하고 진로를 방해하며, 앞에서 급정거를 하거나, 옆에서 밀어붙이는 등의 행동으로 피해자를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했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운전상황에서 이처럼 난폭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감행했다고 하더라도 이들 모두가 항상 분노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아니다. 분노수준이 높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운전이라는 상황, 특히 차라는 공간에서는 난폭운전 경향이 높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사로부터 질책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이나, 퇴근시간에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나온 업무 때문에 머리가 아픈 사람은 이미 경미한 분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런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고 도로에 나왔다면 불법으로 주차되어 있는 차들 때문에 더 좁아진 도로, 신호가 몇 번씩 바뀌어도 제자리걸음인 교통체증,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 등으로 인해 분노를 부채질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차를 무서운 흉기로 바꾸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개인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고 좋은 성과를 내놓기를 바라고 있기에, 개인은 항상 조급하고 불안해하면서도 부정적인 감정은 억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공간인 차에서 그동안 억제돼 있던 부정적 감정들을 폭발적으로 발산한다. 평상시에 감정을 적절히 드러내고, 남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표현하는 것은 개인의 정신건강에 좋다.
하지만 분노, 특히 운전 중 분노는 검의 날을 잡는 것과 같다. 타인을 향한 공격성이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되돌아와 나와 타인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분노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생존·정의와 관련된 문제에서 분노는 꼭 필요한 감정이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하지만,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분노는 처참함과 후회만 불러올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기 전에 ‘원한을 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던지려고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라는 부처의 말을 한번쯤 되새겨 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