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5. 08. 20.


국가보훈처가 보훈부로 격상되면


서울북부보훈지청 보훈과 이강준

  2006년 신규공무원으로서 국가보훈처에 몸담은 이래 수많은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을 만나왔고 그들과 함께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지내다 보니 벌써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훈공무원으로 살아왔다. 나름 젊고 패기있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 거울을 볼때마다 나도 제법 공무원티가 나는구나 싶어지다가도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친구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 공무원 마인드는 버리는게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 말하자면 과도기 같은 시기를 맞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도 그다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현충일, 호국보훈의 달, 광복절 등이면 어김없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홀대를 다룬 기사들이다. 신규 공무원이던 시절 이런 기사들을 볼때마다 스스로의 한계와 무능을 한탄하기도 하고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나름대로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이는 보훈공무원이라는 누구든 마찬가지여서 어렵게 사시는 국가유공자분들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현실의 한계를 절감하는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는 보훈공무원을 헤아리는게 더 쉬울 정도이다. 하지만 특별한 날이 지나면 이내 국민적 관심을 사라지고 국가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던 언론들도 슬그머니 다른 이슈를 찾아 떠나버린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무언가 달라지겠지 하면서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시던 국가유공자분들도 요즘은 ‘별다를 것 없다’며 방송출연이나 인터뷰를 꺼리는 추세이다. 게다가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는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게 저마다의 논리로 인해 홀대받는 샌드위치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 그 결과 현재 6.25 참전유공자중 많은 분들이 기초생계비를 받으며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고 친일파들은 떵떵거리며 사는 와중에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기본적 생활도 영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오늘도 반복되고 있다.
  얼마전 모 국회의원이 국가보훈처의 격상을 언급한 것은 그래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국가보훈처가 차관급이든 장관급이든, 주어진 규정과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나같은 일선 공무원에게는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적인 대우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국가유공자분들을 모시는 국가보훈처가 격상됨으로써 국가유공자들이 느낄 자신감의 정도는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지금도 보훈지청에 들르시는 유공자분들은 ‘보훈부로 만들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어려운 시절을 동고동락하면서 이미 보훈처를 자신들의 대표기관이라고 생각하시는 국가유공자분들에게 국가보훈처의 격상은 분명 뿌듯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혹자는 보훈처 직원이 기관의 격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의 보훈부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고 지금의 풍요를 누리게 한 국가유공자들을 모시고 보은하는 역할을 하는 보훈처를 격상시키느냐 마느냐 하는 논란자체가 국가유공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아닌가 하는 씁슬한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 그동안 승격과 강등을 여러차례 격어온 보훈처를 보훈부로 격상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라고 한다. 이 법안 처리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존경심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를 뒤돌아보고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국회차원의 조치가 뒤따랐으면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국가보훈처가 격상이 되든 안되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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