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5. 03. 18.
천안함 용사들을 기리며
서울북부보훈지청 복지과 권향옥
겨우내 움추러 들었던 몸과 마음의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요즘이다. 곧 여기저기 앙상했던 나뭇가지에는 움이 틀 것이고 얼어붙었던 땅속에서는 대기의 온기를 느끼며 싹이 돋아날 것이며 아지랑이도 이에 뒤질세라 아른아른 피어날 것이다.
봄이다, 봄! 폭설로 출퇴근길에 고생했었던 재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쌓인 눈 한번 구경 못해보고 봄을 맞이하고 있다. 세상의 빛을 본 이후로 매년 맞이하고 있는 계절이지만 어찌하여 그 설렘은 줄어들지 않는지 아마도 그 건 사랑과 생명이라는 두 단어를 연상시키는 계절이라는 게 그 이유가 아닌가 싶다. 생성, 성장, 소멸을 유유한 듯 겪어내고 또다시 소생을 시작으로 순환을 거듭하는 이 계절에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은 사랑과 생명이리라. 사랑없는 생명이란 존재할 수 없으니 이 둘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일 터이다.
벌써 5년이 지났나 보다. 따스한 햇빛속에서 봄기운을 한 움큼씩 두 움큼씩 느끼던 그 때 TV에서는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장면을 내보내고 있었다. 바로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부근에서 해군 천암함이 침몰해 가는 모습이었다. 그 함선속에는 장병들도 함께였다. 우주의 만물이 생명을 잉태하는 시점에 우리는 죽음을 직면해야 했다. 그것도 통렬히. 그들은 의무병제인 이 나라의 군인들이었다. 20세 전후의 청년들이 조국수호의 의무를 다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 이름도 찬란한 사랑과 생명의 계절인 봄에 이 얼마나 역설적인 상황인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 나라 국민이라면 한창 삶의 희열을 느낄 나이에 바닷속에 허망하게 수장된 그들을 차마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분단국가인 우리의 현실은 남자라면 일정나이가 되면 누구도 징집명령에 불복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통일을 이룬다면 지금의 의무병제 상황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현 정부는 2014년 작년 통일대박이라는 문구를 회자시킨 적이 있다. 통일의 손익계산에 대한 말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정부가 통일대박이란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데는 그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 일거란 생각이 든다. 유수의 경제연구원에서 내놓은 보고서 등 자료에도 통일은 경제적으로도 결코 손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북한에는 우리에게는 없는 지하자원, 값싸고 질좋은 노동력이 있다. 거기에다가 사회간접자본시설까지 고려해 봤을 때 통일은 몇 년째부터 지속되고 있는 경제 불황을 돌파할 수 있는 출구가 될 것이고 이 나라 꽃다운 청춘들이 의무병제에서 해방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머지않아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베이징과 시베리아를 지나 파리까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