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4. 10. 31.


북한의 의도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황흥룡

북한 고위급 방문단의 전격적인 인천방문은 한마디로 남북관계 교착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며, 그 의도를 크게 정치적 차원과 경제적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치적 차원의 경우 북한의 경제?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지속적으로 핵 능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을 통제하는 인민군 전략군을 창설했으며, 각종 미사일을 다양한 차원에서 시험발사함으로써 성능개량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이미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을 사정거리로 하는 미사일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핵 탄두의 소형화?경량화를 전제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은 역내 국가를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교류협력의 국면이 전개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가 실효성을 잃을 것이며, 북한의 핵능력이 암묵적으로 묵인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두 개의 한국을 고착화하려는 의도를 추론해 볼 수 있다. 고위급 방문단 방남 이후 공교롭게도 북한 매체들은 연방제 통일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은 과거 ‘남조선혁명론’에 입각해 통일을 앞세우던 공세적 차원과는 다르다. 오히려 체제 방어적 성격이 강하며, 통일을 먼 후대의 일로 넘기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 시도는 ‘통일대박’ 등 남측의 적극적 공세에 대응하는 한편 북한 정권안보에 긍정적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현상유지 정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경제위기의 해소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경제상황은 지표상으로는 호전되고 있으며, 평양을 중심으로 비공식적 시장화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비공식적 시장화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함으로써 취약계층의 생활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화폐개혁 이후 음성화된 시장으로 인해 국가 재정의 확보도 어려움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기구는 북한 식량위기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 최근 배급 상황이 악화된 데다 금년도 작황도 좋지 않다고 알려지고 있다.

중국까지 참여하는 국제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돌파구를 남북관계 개선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북한이 금강산사업의 재개와 5.24조치의 해제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북한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19개의 경제개발구에 대한 해외 투자의 유인에도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황병서가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한 것은 북한의 의도를 함축하고 있다. 북한은 파격적인 형태의 고위급 방문단을 파견함으로써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의 흐름을 바꾸고 그들이 원하는 대외적 환경 조성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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