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4. 08. 14.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우리 후손들은 알까?

서울북부보훈지청 보훈과 송상희

 

 

 얼마 전 민족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의 정유재란 당시 혈전을 기록한 영화 ‘명량’을 관람했다. 어느 대학교수는 졸작이라 폄하했고 나와 같이 본 사람들의 대부분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최고’라고 했듯 이 영화에 대한 평가와 인상은 사람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기록상 이견이 있으나 중과부적의 적선, 이를 상대로 오직 12척의 배와 칠천량 해전에서 궤멸되다시피한 조선수군의 잔존 병력만으로 싸워야 했던 이순신 장군은 당시 임금인 선조의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채 오로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전 세계 해전사에 유래가 없을 정도의 승리를 일궈냈다.
  ‘
이순신’이라는 이름은 우리 국민들에게 민족적 자부심과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함축하고 있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 해군을 동해에 수장시켜 단숨에 일본의 영웅으로 등극한 ‘도코 헤이하치로’ 제독은 자신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는 호사가들의 말에 발끈하며 ‘나를 넬슨과 비교하는 것은 그럴만 하나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넬슨은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싸웠지만 이순신 장군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싸웠다. 만일 이순신 장군에게 그런 지원이 있었다면 그는 전세계의 바다를 제패했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적국이었던 일본의 장수조차 존경해 마지않는 이순신 장군이 있다는 것. 그것은 대한민국이 일본에 대한 피해자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전리품이자 정신적인 유산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이순신 장군의 그 유명한 ‘살기를 원하면 죽을것이요, 죽기를 원하면 살것이다’같은 대사도 아니었고 처절하고 피비린내 나는 해상 전투신도 아니었다. 내 마음에 남은 것은 힘든 전쟁에서 승리한 뒤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에 널브러져 있던 어느 병사의 한마디였다.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우리 후손들은 알까?’
 
어떤이는 이 말에 ‘알고 있다’고 쉽게 말 할 것이다. 우리는 이순신장군의 전공과 임진왜란의 처절함을 어릴적부터 학교는 물론 각종 매체, 어른들로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다. 우리의 일본에 대한 적개심과 경계심은 우리 주변 어느나라보다 강하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임진왜란 당시 민초들의 고충을, 과거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역사에 대한 유명한 구절 중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것이 있다. 이를 풀어 말하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과거는 반복된다’라는 의미이다. 이후 역사는 다시 한번 반복됐다. 우리는 불과 69년전까지 일본의 식민지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순신 장군과 휘하 조선군에 의해 격퇴된 일본군은 물러갔으나 우리는 이들의 노고와 치욕을 잊고 다시 한번 일본의 식민지배라는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오는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우리 민족에게 치욕을 안겨주었던 일본은 69년전 물러갔으나 그들 역시 역사를 잊은 듯하다. 연일 이어지는 아베 총리의 노골적인 우경화 발언, 더욱 더 확대되는 군비, 그리고 주변 국가들을 상대로 한 영유권 분쟁 등은 일본이 경제침체로 인한 일본 내부의 불만과 갈등을 외부의 적을 이용해 봉합하려고 한다는 의도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대한민국 또한 역사를 잊은 듯하다. 과거 같으면 생각하지 못했을 노골적 친일 발언들이 연일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고 친일파의 후손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찾기 위해 발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역사는 쳇바퀴는 다시 굴러가고 있다. 역사를 기억할것인가 잊을 것인가. 그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한 전부 우리의 몫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우리들에게 영화는 이러한 말로 경고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우리 후손들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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