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4. 06. 05.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
서울북부보훈지청장 강성만
6월 6일 현충일이 다가온다. 과거에는 현충일이라고하면 많은 사람들은 넓은 국립묘지에 펼쳐진 수많은 비석들과 그 앞에서 눈물짓는 유족들, 그리고 고사리 손으로 비석 앞에 꽃을 바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연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현충일이 하루의 ‘노는날’로 자리매김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더구나 올해 현충일은 이틀 앞에 지방선거일을 두고 있다. 6월 5일 하루만 연차를 내면 닷새의 황금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국립묘지를 찾아 경건한 하루를 보내기 보다는 여행가방을 손에 들고 산으로 들로 또는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삼시 세끼 따뜻한 밥을 차려주시던 어머니의 존재를 돌아가신 후에야 그리워하고 눈물 짓듯이 우리는 우리가 속해있는 이 세상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후손들에게 자유로운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 헌신했던 국가유공자들의 존재를 어느새 잊고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평화를 그냥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껏 누리면서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평온한 하루를 살면서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되는 몇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우리는 현재 항구적인 평화가 아닌 ‘정전협정’의 테두리 안에서 북한과 잠시 전쟁을 중단한 상태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성향을 가진 국가로 우리가 항상 경계를 늦춰서는 안되는 대상이다. 물론 동포로서 북한주민들은 화합과 포용의 대상이지만 이들을 볼모로 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연평도 포격 도발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에게 언제든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우리가 서울에서 불과 40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 이들과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우리나라가 초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두말할 것도 없는 초일류 강대국인 미국과 비록 지금은 영향력이 다소 감소하였으나 과거 미국을 상대로 냉전시대의 한 축을 담당했던 러시아, 압도적인 경제성장세를 바탕으로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위안화로 대체하겠다는 야망을 키워가며 군비증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경제적 열세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우경화로 타개하려 기도하고 있는 일본 등 한반도 주변에는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밀리지 않는 쟁쟁한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과 계획을 통해 국력을 키워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들 강대국들의 논리에 따라 우리나라는 언제든지 일제의 무단통치나 6.25 전쟁과 같은 비극속에 빠져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허나 마지막으로 한가지 잊어서는 안되는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우리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 국가로 도약시켜 왔다는 것이다. 전쟁의 폐허속에서 찬란한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을 세계는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며 놀라워 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과 동시에 국민들의 힘으로 독재에 맞서 싸워 민주화를 구현하는 업적도 함께 이룩하며 우리 대한민국은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가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세계 다른 어느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는 저력과 힘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60년동안 입증해왔다. 오는 6월 6일 현충일은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도록 희생, 헌신한 국가유공자분들의 나라사랑 정신에 감사하며 우리가 지금 현재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우리 민족의 저력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