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4. 06. 03.
후손의 죄
서울북부보훈지청 보훈과 이강준
6월은 덥다. 지구 온난화의 여파라지만 옛날에도 이렇게 더웠을까 싶을 정도로 덥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연신 얼음이 동동뜬 찬물을 들이키고 에어콘을 시원하게 틀어댄다. 냉방을 너무 강하게 한 나머지 여름옷을 입고 있으면 실내가 추워 가디건을 들고 출근하는 웃지못할 헤프닝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그때의 6월도 이렇게 더웠을까 싶다. 어느때인가 6월 말경에 지인분께 ‘너무 덥다’고 투정을 부렸더니 그분은 정색하고 이렇게 대답하셨다. ‘이 더위에 전쟁을 하신 분들도 있다!’ 정말 그렇다. 60년여년전 6.25 전쟁이 발발했을 때, 옛날이라고 해서 요즘만큼 덥지 않았을리 없다. 지금은 더위를 피할 여유라도 있지만 당시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전장 속에서 무거운 헬멧과 군장을 매고 고군분투했을 우리 호국영령들을 생각하면 덥다는 투정조차 사치처럼 느껴진다.
목숨을 걸고 전투에 임하던 분들. 그러다 목숨을 잃고 지금 현충원에 뭍힌 분들. 유골조차 찾지 못해 어느 산야에서인가 자신을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계실 그분들. 과연 소총 하나에 의지해 밀려오는 적과 맞선던 그분들에게는 무엇이 보였을까. 그분들은 무엇을 위해서 싸웠을까.
지난 4월 16일 우리는 생때같은 우리 아이들을 차가운 바다속에서 잃었다. 어떤 사람의 표현을 빌자면 300명이 넘게 숨진 한가지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이 숨진 사건이 300건이 넘게 있는 비극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 비극은 끝나지 않고 있다. 그 많은 아이들과 함께 우리는 그 많은 아이들의 수만큼의 행복과, 꿈과, 미래를 잃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던 분들. 그분들은 자신들의 꿈과 미래, 행복을 바쳐 후세들에게 그 기회를 제공했다. 적의 총탄에 맞아 쓰러져 가던 그분들의 희생위에 현재 우리 아이들의 웃음과 행복이 자리했다.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나라, 노력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어이없고 속절없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들을 잃었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조국을 지키고 자신의 행복과 꿈을 미래의 후손들에게 전해준 호국영령들에게 우리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이다. 특히 한사람의 공무원으로서 아이들의 죽음과, 그와 함께 바닷물에 씻겨 내려간 유족분들의 행복한 삶에 뭐라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도 부족할 뿐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때까지 우리는 이 나라를 지켜준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제 그저 감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무엇을 위해 싸웠고 그분들이 꿈꿨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진정으로 고민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