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4. 03. 20.


천안함 폭침과 고등어 한 손


서울북부보훈지청 보훈과장 이재진

천안함 폭침 4주기를 맞아 산 자를 생각한다.
오는 3월 26일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46용사와 한주호 준위가 전사한지 4주년이 되는 날이다. 4년전 악몽같은 충격으로 유가족분들이 실신하고 오열하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과 가장을 잃은 유가족분들은 지금 어떻게 사실까. 보통 세월이 흐르면 모든게 잊혀져 간다지만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겪어보지 못했으니 알 길 없으나 예로부터 자식을 잃으면 천붕이라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라 표현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작년 이맘 때쯤에 46용사의 유가족의 삶을 인터뷰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어떤 부모는 얼마나 견디기 힘들면 아픈 기억을 지우기 위해 강원도로 이사를 했는데 부질없는 일이 되었고 오히려 아들을 잊으려 했던 미안함만 더 커졌다고 했다. 다른 이는 특히 3월이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고, 어머니 수술비 마련을 위해 적금을 부은 아들의 주검을 차마 눈으로 보지 못하던 어머니는 추운 겨울이 와도 문을 열어놓고 난방도 하지 않은 채 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간단다. 어떤 부모는 군에 있으면서도 엄마 아빠 생일을 늘 챙기던 착한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사느라 마음과 몸 모두 병이 생겼다 한다.
사람은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겪게 되면 마음과 몸 모두 병이 드는가 보다. 직접 슬픔과 절망감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잊혀져가는 기억일 뿐이지만 이 세상에 남겨진 가족들의 애끊는 심정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희생자 유가족의 아픈 가슴을 헤아려 보고 따뜻하게 보듬어 드리는 일은 당연히 우리가 해야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가의 부름에 기꺼이 나아가 나라를 지키다 희생했으니 국민 모두의 자랑스러운 표상으로 삼아야 함에도 일각에서는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발표를 불신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소수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거나 이념과 사상의 논쟁에 빠져 국가 분열을 조장하는 등 오히려 46용사의 영예로움을 훼손하는 언론을 접하게 되면 그 안타까움으로 가슴 가득 아픔이 전해진다.
국가는 집과 같은 것이다. 집이 없으면 어찌 되겠는가. 평화롭고 안락한 집을 위해 나를 대신하여 수고하고 희생한 가족에게 마땅히 감사하고 보살피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닌가.
하근찬의 단편소설 ‘수난이대’에서는 일제징용에 끌려가 팔을 잃은 아버지가 6.25전장에 참전했다가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오는 아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는 신바람이 나서 고등어 한 손을 사고 정거장에서 참전했다 돌아오는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지만 그의 앞에 아들은 한쪽 다리를 잃은 채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나타난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서 만난 외나무 다리 앞에 서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아버지는 아들을 업고 아들은 고등어를 입에 문다. 서로를 보듬고 도움을 시작한 그들이 갖고가는 고등어 한 손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46용사와 한주호 준위의 유가족 분들은 아직도 외나무 다리 앞에서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천안함 폭침 4주기를 맞이하여 온 국민이 국가와 국가를 위해 앞서간 호국영령을 생각하며 천안함 46용사의 유가족 분들께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자.
우리지청을 비롯하여 전국 곳곳에는 46용사와 한주호 준위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추모식장이 마련된다. 아직은 아픔이 가득한 3월을 보내며 고등어 한 손 같은 국화꽃 한 송이 올려드리는 아름다운 동행이 바로 유가족의 슬픔을 덜어드리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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