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4. 02. 12.
통일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황흥룡
최근 많은 통일론이 과정의 중요성과 구체적 노력의 뒷받침 없이 통일당위론이나 장밋빛 통일예찬론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과거 현실성 없는 북진통일론을 부르짖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흔히들 통일을 위한 준비를 말하면 통일비용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사실 통일을 위한 준비에서 통일비용보다 더욱 소중히 가꾸어야 하는 것은 남북한 주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마음의 통일’이다. 마음의 통일은 지금처럼 서로 단절되어 내왕이 없고 남북경색과 파탄의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도저히 다가설 수 없다. 서로 왕래하고 교류하고 협력해야만 신뢰가 싹트고 통일의 기운이 퍼지게 되는 것이다.
통일의 전범(典範)으로 이야기되는 동서독의 경우 국제적 환경의 호전과 더불어 통일을 결정지은 것은 동독 주민들이었다. 오랜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독을 동경하게 되고 자신들이 서독에 의탁하더라도 아무런 문제나 후환이 없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흔히들 동서독 통일을 서독에 의한 흡수통일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는 철저히 동독의 주민들의 의사를 좇아 동독의 정치인과 의회가 자발적 결의를 통해 서독과 합의통일을 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다시 말해 동서독의 통일은 절차상 그리고 외형상은 합의에 의한 통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평화로운 과정을 거쳐 통일을 맞이했던 동서독도 통일 이후 약 20년간 통일후유증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통일한국은 북한주민의 소득수준을 되도록 빨리 남한 주민의 소득수준에 근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최소한 기초적인 복지수준은 남북한 주민모두를 동등하게 맞추어주어야 할 것이며,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 급격한 인구이동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과연 현재와 같은 남북관계가 지속된다면 이러한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통일이 15~20년 후에 이루어진다고 가정하면, 현재의 어린이와 젊은 세대는 통일비용 부담과 노인인구 부양으로 최소 20~40년에 걸쳐 매우 힘들고 고단한 세월을 보내야 할 것이다.
통일이 진정한 대박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남북 간 경제협력을 진전시켜 북한의 산업을 정상화하고 상호보완적 경제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 이 길이 잠재성장률의 저하와 경제의 양극화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남한경제를 새로운 도약의 길로 인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남북 경제협력이 북한의 핵개발능력을 제고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이른바 ‘퍼주기론’이 그것이다. 이것은 지극히 근거가 부족하며 근시안적 발상이다. 무릇 어떤 국가든 자신의 생존과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를 국제정치학에서는 ‘안보는 신성불가침(sacrosanct)한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국가는 자신의 안보가 불안하고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모든 역량을 여기에 쏟으며, 북한의 경우는 풍부한 지하자원을 해외에 팔아서라도 핵능력을 제고하려고 할 것이다. 남한이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의 철수를 반대하며 붙들고 있었던 것 역시 북한보다 취약한 군사력 때문이었다.
이제 남북한은 경제력에서 약 40배, 군사력에서도 핵능력을 제외한 재래식 군사력에서 사실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강의 군대인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워 남북경제협력을 주저하는가? 한국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남북관계 정상화와 복원에 나서야 한다. 통일이 진정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라도 대북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