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4. 01. 01.


신뢰사회 구축하는 원년

 

 

올해는 재래의 문물제도를 버리고 서양의 법식을 본받아 국가체제를 확립하려던 갑오개혁(1894년)이 있은 지 120년이 되는 해다. 120년이 지난 지금, 그 시절보다는 많이 민주화되고 국민의 삶의 질도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지나친 서구화와 개인주의의 발달로 정(情)이 메마르고 가족이 해체되는 등 지나친 서구화에서 오는 아픔도 겪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을 거스를 수는 없다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가족의 구성원끼리 재산을 두고 서로 소송하는 것은 일반화 되었고, 재산문제로 형제끼리의 칼부림이나 심지어 부모를 욕하거나 살해하는 등등을 보면서 세상이 편해지고 등은 따시어졌다지만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이나 권리만 주장하면서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세상인심에 소름이 돋기도 한다.
약속은 법(法)이기도 하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서로 자기만 옳다는 주장이 심해질수록 대화와 타협보다는 법이 앞서기 시작한다. 특히 상대가 있는 정치권은 어느 집단보다도 서로 신뢰하고 머리를 맞대야 함에도 툭하면 등 돌리고 여차하면 고소고발이 먼저다.
국민에게 본보기를 보여야 하는 사람들, 소위 남들보다 조금 잘 낫다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지경이니 이를 지켜보고 자란 젊은 세대나 일반 국민은 어떻겠는가는 물어보나 마나다.
선출직에 오르는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국민이 세금을 자기 돈처럼 써대고,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리며, 그들에게 주어진 예산을 떡 주무르듯 하고, 공정해야할 인사권은 줄서기가 먼저이고 사회 곳곳 어디 한 군데 올바른 곳을 찾을 수가 없는 지경이다.
정치인들도 고민일 것이다. 그들이 한 약속 즉 공약(公約)을 다 지키려면 나라가 망조가 들것 같고, 안 지키려니 상대 당이나 주민이 거짓말쟁이라고 난리를 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올해는 6월4일에 또 지방자치 선거가 있다. 그야말로 선거망국이다. 이 작은 나라에 웬 선거가 이리 자주 다가오며 신선해 보이던 사람들도 당선만 되면 사람이 바뀌니 도대체 믿고 맡길 사람이 누구인지를 판가름한다는 것이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운 실정이다.
약속을 많이 하는 사람은 일단 경계 대상이다. 그런 사람들은 말도 많이 한다.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자신을 돋보이게도 하지만 가끔은 그 말 때문에 또 다른 약속을 해야만 할 때가 많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처음에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뢰성이 떨어진다.
올해는 갑오년이다. 120년 전 우리는 새로운 질서를 강구했지만 곧 일본에게 무릎을 꿇었다. 해방 후 7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약속을 버리고 총리가 신사참배를 강행하고 있고, 정신 바짝 차려도 모자랄 우리나라는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양 진영으로 갈려 사사건건 으르렁 거리고 있으니 세월이 흘러도 정치는 여전하기만 한 이 나라의 현실이 암담할 뿐이다.
이제 우리 국민이 실천해야 한다. 2014년 갑오년을 맞아 정치인들이야 그러든 말든 우리 국민끼리라도 작은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고, 부모에게 효도, 형제자매간의 우애, 친구나 선후배끼리의 신의를 실천하고 가르치는 원년으로 삼아 미래를 기약해야 한다.
지금 한반도 주변에 드리운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 “당장 어떻게 되겠어?”하다가 나라 망칠 수 있다.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 믿을 수 없다면 우리 국민이라도 작은 약속을 실천하자. 한 100년 걸릴 줄 모르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