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11. 27.


종교와 민주주의

 

 

 

이 세상에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종교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국교(國敎)였으며 조선시대에는 유교(儒敎)사상이 국교나 다름없었으나 현재는 불교신자와 기독교 신자가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 헌법 제20조에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국교는 인정되지 않고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분명히 쓰여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은 누구나 자유롭게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 가족 안에서도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종교문제로 큰 마찰을 겪는 경우는 드물다.
지금 이 나라에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비난하며 특검을 요구하는 야당과 특검은 할 수 없다는 여당의 싸움이 종교계로 번져 급기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가 박근혜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미사를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일부 개신교와 불교계 등도 나서 시국선언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해 ‘종교의 정치개입’이라는 측과 ‘불의에 대한 당연한 항거’라는 측의 첨예한 대립각이 서있는 상태다.
민주주의 국가이니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자기가 속한집단이 불이익을 당하면 집회나 시위를 하면서 자기들의 권리를 합법적으로 주장하는 것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더구나 자기가 밀었던 대통령후보가 정상적인 선거에 의해 낙선됐다면 모를까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들어났다고 판단되면 가만 보고만 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니, 그들의 요구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일 수 있기 때문에 관전자들은 “그저 얼른 시간이나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러나 이번 전주교구 신부의 말은 도를 넘었다. 물론 노신부이기 때문에 나이도 있고 남북이나 남남이 서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이해한다지만,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된 상태에서 일회성도 아니고 매년 해오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연평도 사건의 빌미를 제공했고, 그러기 때문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당연하다는 것처럼 하는 말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북한이 우리 코앞에서 핵실험하고 마치 우리나라 영해를 자기나라 변방쯤으로 여기며 활개치면 우리나라도 북한의 민간인에게 대포를 쏘며 공격해도 무방하단 말인지 우선 묻고 싶다.
성직자들도 우리나라 국민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정치적 표현을 할 수 있다. 그간 이 나라에는 선거 때만 되면 성직자뿐 아니라 교수나 연예인 등 ‘저러면 안 되는데’ 할 만한 사람들이 선거판에 양당으로 갈라져 얼굴 내밀며 특정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밀어왔기 때문에 이번에 성직자들이 정치인에 대한 비판과 퇴임 요구 정도는 어쩌면 크게 이슈가 되지도 않는 일이다.
그러나 종교가 우리나라에서 크게 번성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북한의 적화야욕에 넘어간다면 종교가 이처럼 융성하겠는가? 지금 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정치인들인가? 종교인들인가?   등등을 잘 생각해 봐야한다.
나라가 있어야 민주주의도 있고, 민주주의가 꽃피워야 종교도 융성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이룩하는데 김수환 추기경님을 비롯한 종교계의 힘이 상당부분 차지했다는 것도 인정한다.
신부님도, 목사님도, 스님도 다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러니 그분들에게도 투표권도 있고 비판권도 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신도가 없으면 종교가 무슨 소용인가?’ 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남북이 전쟁 중에 휴전한 나라다. 연평도 뿐 아니라 남한의 어느 지역도 북한의 대포 사정거리라는 것, 희생자는 모두 우리 자식들 혹은 내 신도들일수도 있다는 것도 재삼 유념해주길 간곡히 바란다.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