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10. 15.


‘소원’

 

 

 

지난주 이준익 감독이 만든 영화 ‘소원’을 보면서 소리 없이 눈물도 많이 흘렸고 영화가 끝난 후 분노하는 마음이 가시지 않아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찾아 목이 터지도록 소리 지르며 울분을 달랬다.
소원은 무엇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이준익 감독이 영화제목을 ‘소원’으로 붙인 이유는 이 미친 사회에 던지는 간절한 외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이지만 “나만 아니면 그만”이라는 인식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비록 영화이기는 하지만 사고를 당한 아이와 가족의 아픔보다는 특종만을 쫓는 이 시대 언론의 무책임과, 사건의 중대성 보다는 법리만 따지는 사법부의 무기력, 범인만 잡아 가두면 그만이고 피해를 입은 아이나 가족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는 국가와 정치인의 무능, 사건이 일어났을 때나 혹은 영화를 보면서 잠시 분노하고 눈물이나 조금 흘리면서 또 잊어버리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 등등 이준익 감독의 사회에 던지는 여러 메시지에 신문을 만드는 발행인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국가란 무엇인가? 그저 세금이나 받아서 군비를 증강해 전쟁이나 막고, 노인들이나 어린 아이들에게 연금 혹은 보육수당 몇 푼씩 나눠주면 그만인가?
“왜! 우리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 전 국민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소원이 부모의 처절한 외침이 한 때 지나가는 말로 넘길 것인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이끄는 정부는 5년마다 사람만 바뀌어 정권 잡은 사람들끼리 자리다툼이나 열을 올리고, 국회의원을 비롯한 단체장은 4년 동안 다음 선거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 다니기 바쁘고, 공직자들은 이번에는 누가 정권을 잡을까에 촉각을 세워 줄 대기에 여념이 없고, 중요 언론이나 재벌 역시 정권에 코드 맞추어 시간만 보내고 있는 이 나라의 형국에 소원이 같은 어린아이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는 것쯤은 짐작하지만 선출직 중에 단 한사람이라도 진정으로 국가란 것을 걱정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에 대한 회의(懷疑)가 드는 것은 필자 혼자의 생각일까?
물론 대한민국이 이 정도 됐으면 국가는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자기 임기 때 큰 사고만 없으면 이것저것 다 챙겨서 자기들끼리 평생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다.
전에 했던 사람도 그랬고, 다음 사람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래도 나라는 안 망한다. 국민이 세금을 척척 내기 때문이다. 나라가 자기 임기에 안 망한다고 임기만 채우고 나가다 보면 결국 국민은 골병이 든다. 정치인들의 골병은 임기가 끝나면 그만이지만 국민이 골병들면 결국 국가는 망한다.
어떡하든 세금을 거두어 국가는 유지하겠지만 “왜! 나만 그러냐. 다 같이 당하자!”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이 늘어나면 과연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을 유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든다.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인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나 혼자 잘하면 뭐해! 다른 사람들 다 그러는데”라면서 볼멘소리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혼자면 어떤가.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단 한사람이라도 나라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작은 실천일 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다.
지금부터 실천해도 늦지 않다. 선언도 하지 말고 조용히 실천하는 사람, 비록 큰 정치를 하지는 않더라도 그런 사람이 한사람씩 늘어나면 나라는 유지된다. 그런 사람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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