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9. 24.


이산가족상봉 중단 사태에 대한 호소문
                                       

 

민주당 최고위원 국회의원 우원식

 

 
천만 이산가족에게 이번 한가위 보름달을 보고 빌었을 소원은 단 하나였다. 무사히 헤어진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애끓는 소원은 북이 일방적인 상봉행사 중단으로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남과 북이 만나야 하는 이유는 오직 단 한 가지이다. 한 민족이고 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어지는 이유는 수만 가지이다. 그 수만 가지 이유를 하나 하나 나열하면 남과 북은 절대로 만날 수 없다.
 
도대체 말이 되는가?
전쟁과 분단의 지난 63년간 잃어버린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켜켜이 내려앉은 한의 깊이가 얼마인데.. 만날 때는 애끓는 반가움이 있고 헤어질 때는 생이별의 참혹함이 있지만 63년 쌓여있는 한을 풀기위해 굳건하게 기다리는 이산가족 상봉자들에게 상봉 중단이라니...
누가 무슨 자격으로 중단시키는가! 아무 죄도 없는 우리 민족에게 생이별이라는 고통을 안겨 준 것도 부족해 또 상봉 중단이라는 고통까지 안겨주려는 자들이 누구인가.
늦어도 너무 늦어 1세대는 거의 끝나가고 있다. 엊그제는 상봉대상자로 선정된 90대 할아버지께서 끝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생을 달리하셨다. 망자의 원통한 넋 앞에 우리는 무슨 변명을 또 늘어놓아야 하는가!
 
북한에 분명히 말한다. 이석기 사건이 어찌 이산가족 상봉 중단의 이유가 될 수 있는가? 체제에 대한 자존심 훼손이 어찌 이산가족의 일생의 한보다 더 중하단 말인가?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민족의 비극을 풀어가는 숭고한 마당 앞에 이런 정치적인 것들은 최소한의 이유도 되지 못한다. 북한은 더 이상 천만 이산가족의 피맺힌 가슴에 대못질을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이럴수록 남한 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원망과 분노만이 쌓이고, 남과 북이 평화와 화해협력으로 가는 길은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아픈 한반도의 근현대사를 더불어 헤쳐 온 우리 민족을 보듬는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조치임을 분명히 해둔다.
 
남측의 대응도 아쉽다. 성급했고 대결의 길을 또 다시 답습하고 있다. 남측은 북한의 상봉중단 발표 즉시 상봉 준비 선발대 전원의 철수를 지시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취한 우리 정부의 태도에 이산가족 상봉자들이 얼마나 서운했을지 생각해 봤는가? 좀 더 설득했어야 했다. 인내하고 상봉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설득했어야 했다. 대결과 반목의 역사가 너무 오래돼 남과 북의 정부는 이산가족의 고통과 애달픔을 아예 잊은 것인가?
 
상봉 중단으로 또 얼마나 많은 이산가족들이 희망을 잃고 삶에 대한 끈을 놓을지 알 수 없다. 남북 당국은 다시 만나라. 최대한 빠른 시일 잡아 상봉 행사를 재개하라. 그것이 한민족 모두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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