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8. 29.


탐방

·연대 국공립 어린이집 모범례를 찾아서

<구립 적조사 가람어린이집>

 

 

200년 전통의 가람(伽藍) 내에 들어선 자연친화적 어린이집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 상황을 해소하는 데 최근 민․관이 연대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민관연대는 주로 민간(개인, 단체·법인)이 토지 또는 건물을 무상 임대 제공하는 형식으로 참여하고 지자체에서 건축비나 리모델링 비용을 대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운영에서는 위탁운영 방식을 채택한다. 서울시의 경우 1개 어린이집을 신규확충하기 위해서는 토지구입비와 건물건축비를 포함해 30억 내지 50억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고민에 숨통을 트여줄 민관연대 방식은 정부로서는 저비용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고, 민간으로서는 보육의 공공성을 담당함으로써 사회 연대의 한 축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고 할 것이다. 민간 측은 아무래도 종교계의 참여가 압도적인 편이었다.

지난 4월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200여 년 된 사찰 적조사에 들어선 구립 가람어린이집은 조계종이 공공 보육사업에 참여한 최초의 사례이다. 가람어린이집은 적조사가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고 성북구(구청장 김영배)가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했으며 운영에서는 민간연대자인 대한불교 조계종 적조사에게 위탁운영되는 구립 어린이집이다.

 여타 국공립 어린이집처럼 서울시 어린이집 표준 교육프로그램과 보육교사 채용 원칙을 따른다. 급식은 성북구 관내 어린이집 급식재료공동구매 방침을 조기에 적용시켰다. 인지도 높은 식품회사와 계약을 맺어 양질의 급식재료 등을 공급받는다. 식단도 성북구 어린이집 급식관리 지원센터에서 제공받아 어린이집 이용 영유아에게 제공함으로써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돕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중에서 가람어린이집의 경우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별도의 어린이집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적조사 경내에 있지만 어린이집 진입로는 따로 조성돼 있다.

 

전통 가람(伽藍) 내에 들어선 자연친화적 어린이집

 가람어린이집은 현재 보육교사 12명이 71명(정원 99명)의 영유아를 맡고 있다. 어린이집 입소대상 연령은 만 0세부터 5세까지 이지만 가람어린이집이 4월에 개원한 관계로 유아(만 3~5세)의 경우 이미 다니고 있던 유치원을 옮길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았을 거라고 김재순 원장은 밝혔다. 따라서 현재 영아층(만 0~2세)의 대기자는 많은 반면 유아층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반 정원이 있기 때문에 내년 반 편성을 고려하면 역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가람어린이집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답한 학부모 들이 가장 먼저 꼽는 점은 환경적 요소였다. 가람어린이집은 새로 리모델링한 건물이라서 쾌적하고 깨끗한 실내환경으로 조성되어 있다. 정릉에서 스카이웨이 가는 길에 있는 적조사 경내에 들어앉은 가람어린이집은 울창한 숲을 병풍처럼 거느린 채 안온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을 충분히 살려 숲 체험이라든지 아이들이 자연친화적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친환경적 분위기는 산사가 주는 혜택이다. 

 적조사의 주지 법화 스님은 조계종으로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라 종단을 설득하는 일부터 해야 했다. 민관연대 국공립 어린이집 설립 취지를 설명한 지자체의 공문을 받고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참여 신청을 했다. 최종 결정이 나고 지원금을 수령한 뒤에도 종단 내에서는 정통 사찰 내에 어린이집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우려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법화 스님은 시대에 맞는 종교계의 역할을 역설하며 종단 내의 우려하는 부분들을 바꾸기 위해 오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법화 스님은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불어서, 성북구 관내에 있는 흥천사(돈암동)와 전등사(성북동)도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고 한다.

 

민아 엄마 김시연 씨와 석원 엄마 백수정 씨가 만족하는 이유

 현재 3세(만1세6개월)의 딸을 가람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주부 김시연(42) 씨는 곧 회사에 복직해야 하는 직장맘이다. 인근으로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김 씨는 딸의 보육이 무엇보다 고민되던 차에 가람어린이집이 문을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기자로 등록했다가 운이 좋게 당첨된 경우이다. 김 씨는 전에 다녀봤던 민간 어린이집이 대체로 좁았던 것에 비해 이곳은 층이 높은 편이고 공기가 좋으며 볕도 잘 들고 보육실이 넓은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아이를 하루 종일 맡겨야 하는 직장맘으로서는 아이가 지낼 환경이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게 사실이다. 김 씨는 그런 점에서 마음을 놓을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5세(만3세)의 아들이 다니고 있는 백수정(40) 씨는 첫 아이(현 초등3년)도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민간 어린이집의 미진한 점을 잘 알고 있는 백 씨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기대가 누구보다 컸다고 한다.

 성북구가 개원을 앞두고서 오랫동안 심층적인 수요 조사 등을 실시해왔는데 백 씨는 여기에 참여하면서 개원하기만을 기다렸다. 3월 개원 예정이던 일정이 공사가 늦어지면서 4월로 미뤄졌을 때 선택 여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한 달을 기다려 가람어린이집을 선택한 결정이 옳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가람어린이집이 아이의 정서에 좋은 영향을 끼칠 훌륭한 환경을 갖춘 점에 가장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공립 어린이집으로서 원장을 비롯한 보육교사들의 자질, 어린이집의 이익이 우선인 일부 민간시설과는 차원이 다른 지원 상황 등에서 추천할만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가람어린이집처럼 국공립 시설은 교사들이 교대로 휴가를 가는 방식으로 보육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가 좀처럼 없다는 점에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런 장점들이 아이들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건, 엄마의 입장에서 어린이집에 가고 싶어 하고 계속 있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게 될 때라고 한다. 집에 돌아가려 할 때나 주말 등 공휴일이어서 어린이집을 갈 수 없을 때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교사들을 보고 싶어 한다니, 평소에 어떤 보육이 이뤄지는 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환경, 아이들의 먹거리, 그리고 교사의 자질을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세 가지 요소라고 하는데, 적조사 가람어린이집은 이 점에서 모두 안심할 수 있다고 두 사람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넓고 깨끗한 환경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점이 좋지만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는 신규 시설이어서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특히 지역 특성상 겨울에는 통학이 염려되므로 세심한 관리를 해주길 요청했다.

 또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보육과 교육의 연속성을 가질 수 있길 기대했다. 유치원의 경우 교육 시간이 짧다 보니 시간이 파한 후 아이들의 보육이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린이집의 프로그램이 대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요구도 있었다. 

 

 교사생활과 원장 경력을 국공립 시설에서만 이어온 김재순 원장은 영유아들이 아무래도 예전보다 감정적으로 예민하며 연령에 따라 갖춰야 하는 사회성 부족 등의 문제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도 가정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가람어린이집에는 2명의 아이가 시간외 연장 보육(밤 9시~10시)을 받고 있는데 국가에서는 밤 12시까지 보육 등을 권장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러한 정책이 현장에서 시행되기 위해서는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늦은 귀가 시 필요한 안전과 같은 제반 여건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예를 들면서, 국가에서 보육 정책을 세울 때 현장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정확한 목표를 잡고 일관되고 세심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가가 영유아의 보육을 책임지겠다고 한 이상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민관연대를 통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도 이를 위한 고육지책의 한 방법일 것이다. 빈약한 국공립어린이집이 차지하는 전체 어린이집에서의 비율은 지금보다 더 높아져서 최소 30%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다.

 적조사 법화 스님은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는 불경의 경구를 인용했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의미로, 불자로서 항상 힘을 써야 하는 도리를 강조한 것인데, 국가가 정각(正覺)의 지혜를 보인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과도 맥락이 닿아 있는 듯했다.

박향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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