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8. 25.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

서울북부보훈지청 보훈과장 이재진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독립을 맞은지도 68년이 되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잔학했던 일제를 향해 두려움도 잊고 온몸을 던졌던 순국선열들과 애국지사들이 그토록 원하던 감격적인 독립, 그 순간을 지나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은 경제규모 15위인 세계 속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36년은 우리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그 상처의 후유증은 민족분열의 씨앗이 되고 우리는 동족끼리 총칼을 겨눠야 했던 한국전쟁을 겪으며 민족상잔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아직도 종군위안부로 끌려가 청춘을 짓밟혔던 80이 넘은 고령의 할머니는 일본의 무성의한 태도에 울분을 토하고 있고, 선조들의 친일행위로 조성된 재산을 되찾고자 후손들은 부끄럼없이 소유권을 주장함으로써 우리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우리는 일제의 침략에 따른 피해로 고통받고 있지만 정작 가해자인 일본은 반성은 커녕 침략행위를 정당화하고자 망발을 일삼고 있다.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 국가 간의 관계는 어느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라고 한 아베의 망언은 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해 절망감마저 느끼게 한다. 1993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일본군 개입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와 1995년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의 식민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뜻을 담은 ‘무라야마담화’ 마저 아베는 ‘아베담화’로 수정하겠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물론 이전의 담화들이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와 군위안부 문제 등은 언급하지 않아 적극적인 사죄라고 보기엔 많이 미약한 부분이 있지만 이보다 훨씬 퇴보한 발언을 내뱉는 일본 현 정부를 보면 과거에 대한 반성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더 나아가 지난달 말에 열린 동아시아컵 축구대회 한.일전에 등장한 ‘욱일승천기’에 대해 일본 정부가 \'문제 없다\'는 정부입장을 공식화하기로 한 것은 참으로 기함할 노릇이다. 이들의 이러한 뻔뻔스러움은 또다시 우리의 상처를 짓이기고 있다.
도시락 폭탄의거로 우리 독립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넣은 윤봉길 의사는 의거에 나서기 전 남겨진 두 아들에게 조선을 위해 용감한 투사가 될 것을 당부하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유언은 어느 누구라할 것 없이 온 민족이 같은 마음으로 독립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 역사의 연장선상에 우리도 서 있다.
과거 제국주의 향수에 빠져들고 있는 일본을 보면서 우리가 현재의 풍요와 안락에 빠져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지 반성해본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수많은 독립유공자들과 그로 인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삶을 살았을 후손들을 잊지말고 다시는 과거의 슬픔이 재현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의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선열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며,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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