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8. 14.


청소년 불편 살피미를 하며

 

 

 

계성여자고등학교 1학년 이수빈
                                                     

  어머니께서 나를 뱃속에 갖고 6개월이었을 때, 아버지의 지방 전근으로 방학동을 떠나게 되었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 다시 방학동으로 이사를 와서 고등학생인 지금까지 도봉구 방학 2동에서만 쭉 살고 있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우리 동네를 다닐 수 있을 만큼 구석구석을 잘 안다. 부모님은 어딜 가도 서울시내에 우리 동네만 한 곳이 없으시다고 말씀하신다.
  현재 나는 집에서 조금 먼 명동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우리학교에는 서울시내 여러 구에서 온 학생들이 모여 있다. 학기 초 같은 반 급우들끼리 서로 자신이 사는 동네를 말하는데, 도봉구가 어디에 있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친구도 있고, 거기 어른들이 집 값이 싼 동네라고 하시더라는 친구도 있고, 부모님과 도봉산에 갔는데 공기가 좋더라는 친구도 있었다. 친구들에게 우리 동네는 서울의 한쪽 구석에 붙어있고, 도봉산 밑에서 시골스럽게 살아가는 동네로 비춰진 모양이다. 친구들에게 말해주었다. 우리 동네는 도봉산이 있어 도심에는 없는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이 있고, 공기가 끝내준다고, 내가 사는 동네는 아파트가 한 동도 없어서 문 앞만 나가면 웬만하면 다 아는 동네 어른들이시고, 어느 집에 기름 냄새가 나면 이웃끼리 나누어 먹는다고.......
 중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우리 동네가 공기가 좋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사람들과 차들로 번잡한 시내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철에서 내려 쌍문역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릴 때의 공기가 다르고,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는 길의 공기가 또 다르다. 도봉산에서 내려오는 신선한 공기를 마실 때마다 하루 동안의 피로가 싹 풀리는 듯하다.
 학교에서 나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 보도가 함몰되거나 깨진 곳, 보도블럭이 돌출되어 사람들이 걸려 넘어질 위험한 곳이 없는지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으면서 차들이 다니는 도로에 포트 홀이 없는지를 앞을 본다. 또,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시장에 가면서 상점 앞에 오래된 쓰레기가 적치되어 있는지, 불법 현수막이 나부끼어 어수선하게 걸려있지는 않은지 머리 위와 땅바닥을 본다. ‘서울시 거리모니터링단’과 ‘도봉구 청소년 참여위원’ 과 ‘청소년 생활불편 살피미’를 하며 생긴 습관들이다. 하나 하나를 관심 있게 보게 된 것은 홀로 사시는 할머니를 찾아뵙는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부터이다. 혼자 외롭게 사시며 파킨슨병을 앓고 계셔서 거동을 전혀 못하시는 할머니를 우리가족이 찾아뵙는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할머니를 휠체어에 모시고 놀이터나 경로당, 복지관에 갈 때면 깨진 보도 블럭 때문에 덜컹하여 할머니가 놀라셨다. 겨울동안 얼었던 길이 봄이 되어 얼었던 곳이 녹으면서 보도가 함몰된 곳을 지날 때면 할머니도 나도 난감하였다. 우연히 서울시에서 ‘거리모니터링단’을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았고, 보도가 함몰되어 위험한 곳을 서울시 스마트 불편신고 앱을 받아, 현장과 위치를 찍어 신고하였다. 접수되었다는 문자가 오고, 하루 이틀 지나니 도봉구청에서 처리 완료되었다는 답변과 함께 말끔히 보수가 된 현장사진이 왔다. 보수된 곳을 지날 때면 나의 신고로 많은 사람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매번 뿌듯하였다. 봄에는 보도를 많이 살폈고, 요즘 같은 장마철에 도로 포장 속에 물기가 스며들어 도로 중간에 구멍이 나는 포트홀이 많이 생겨 도로를 꼼꼼히 보고 있다. 그 길에서 내 가족이, 내 친구 가족이 차량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거리모니터링단’은 보도와 자전거, 오토바이 등의 불법 주정차, 포트홀을 신고할 수 있도록 제한하였는데, 우리구의 ‘청소년 불편 살피미’는 불법 광고물, 쓰레기방치, 놀이터 기구 파손 등 평소 눈에 거슬리고 불편했던 점까지 신고할 수 있게 하여서 동네가 한결 깨끗해져가는 느낌이다.
 청소년 생활불편 살피미 위촉식이 있던 날, 우리 동네에 역사적인 인물의 발자취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도봉산을 오가는 길에 꽉 닫힌 철문 안으로 오래된 고택이 있어서 늘 궁금하였는데, 그 곳에 간송 선생님께서 머무셨고, 묘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수영, 전태일, 정인보 이름만 들어도 낯설지 않은 인물들이 우리 동네에 살았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개학을 하면 친구들에게 그동안 알게 된 우리 동네의 새로운 사실들을 이야기하느라 조금 분주 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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