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7. 24.


유엔군의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드리자!

서울북부보훈지청장  강성만

 

 

 

꽃 하나 피지 않고 한 포기 풀도 없는
거칠은 황토 언덕에
이미 고토(故土)에 돌아갈 수 없는 몸들이 누워
수정 십자가떼 바람에 통곡하는 수영(水營) 앞바다
...
낯선 나라 항구에 내려 포화를 헤치며 북녘 향할 때
오늘 이곳에 하나의 표목이 될 줄 어찌 뜻하였으랴.
...
그대들의 피로 물들인 신세계의 철문위에
그대들, 만년을 지워지지 않을 이름이 되라.
                      - 김광균,  UN군 묘지에서 -

 

 

 

부산 대연동에 가면 유엔기념공원이 있다. 1951년 1월 10일 유엔군 사령부가 개성과 인천, 대전, 마산 등지에 흩어져 있던 유엔군들의 유해를 부산으로 옮겨 묘역을 조성한 것인데 1955년 유엔총회에서 ‘유엔기념묘지’로 지명한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이다. 당초에는 1만 1천여명의 유해가 안장되었으나 대부분 고국으로 송환되고 현재는 호주와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터키, 미국, 영국 등 11개국의 2천 300여명의 전사자 유해가 안장되어 있다.

 김광균 시인의 시에서 표현한 것처럼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새로운 세상으로의 발판을 가질 수 있었다. 세계평화와 자유수호의 대의를 갖고 이름도 모르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그들은 유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이국땅에 묻혀있다.

1951년 6월25일 전쟁발발 수시간 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군의 무력남침을 ‘평화를 파괴하는 침략행위’로 규정하고 철수를 촉구하였다. 그리고 1950년 6월 28일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를 열고 8시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북한의 무력공격을 평화의 파괴행위로 규정하고 파병 결의안을 가결하였다. 당시 유엔 가입국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63개국이 지원에 나섰다. 미국, 영국, 호주 등 16개국에서 군사가 파병되었고, 스웨덴, 인도 등 5개국에서 의료지원팀이 보냈으며, 그 외 42개국에서 각종 물품을 지원하였다.

 유엔 결의에 따라 파병된 군인은 194만여명에 이른다. 전사 4만여명, 실종 4천여명, 부상 10만여명, 셀 수없이 많은 희생이 있었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다. 그리고 60년....;
 
“한국을 위해 싸운 것에 대해 우리는 후회가 없습니다.”
“60여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참전의 결심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정전60주년을 맞아 이제는 고령이 된 한국전쟁 유엔 참전국들의 참전용사들이 한 인터뷰의 일부이다. 전우를 잃고, 부상을 당하고 평생동안 전쟁의 상흔으로 고통스러웠을 그들이 이름도 모르던 나라를 위한 자신들의 희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60년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나라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 일까? 수많은 젊은 장병들의 희생을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지난 7월 2일 국회는 7월 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제정하는 참전유공자 예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통과시켰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유엔군 참전·정전협정 60주년을 기념하여 유엔군 참전기념식을 거행한다. 그동안 국가보훈처에서 유엔 참전용사를 초청하여 감사·위로 행사를 실시해 왔으나 올해는 유엔 참전국 정부대표를 초청하여 유엔참전국에 대한 정부차원의 첫 공식 감사행사를 개최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해외참전용사 재방한 행사, 참전용사 후손과 국내 청소년 교류를 위한 청소년 평화캠프, 평화콘서트 등 크고 작은 다양한 감사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고령의 참전용사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들이 마련해준 기회를 발판으로 지금 이렇게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발전했음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작게나마 보은의 기회를 얻은 것에 우리가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세계평화를 위해, 자유를 위해 ‘유엔군’이라는 이름으로 기꺼이 참전하였던 참전용사들, 그들이 자신들의 젊음을 희생하였던 대한민국에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그들이 지킨 자유와 민주의 이름아래 정전체제를 종료하고 평화체제로 그리고 통일된 나라로 거듭나는 것일 것이다.

 정전 60주년, 유엔군 참전 기념일을 맞아 6.25전쟁을 그저 동족상잔의 비극으로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세계평화와 자유를 위한 유엔군의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국민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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