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3. 06. 06.
호국의 삶 그리고 보훈의 삶
이 재 진 서울북부보훈지청 보훈과장
올해도 6월 호국보훈의 달이 시작되었다. 호국보훈의 달은 나라를 지키신 국가유공자분들을 예우하고 그 숭고한 정신을 널리 알리는 기간이다.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이달은 국민 모두의 통합을 이루게 하여 미래 국가발전을 도모하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호국보훈의 달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슬픔과 외로움을 함께 나누는 인간애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금년은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로 이 좁은 한반도에서 동족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인해 겨우 3년간의 기간에 200만 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냈고, 너무도 멀리 와버린 60년의 세월 속에 아직도 실향민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 분들과 부상으로 인해 평생 침대에 누워 외로움과 슬픔의 기억 속에 사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또 최근에는 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으로 인해 꽃다운 우리 아들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
인간은 귀중한 건강을 잃거나 가장 소중한 가족의 죽음을 예기치 못하게 당하게 되면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대부분 정신적 불안과 공황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어느 나라 부모와 마찬가지로 우리네 부모들도 자식하나 잘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희망을 안고 살아가며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자식이 있기에 참아내며 궂은일을 마다않고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자식이 좋은 대학을 나와 의젓한 직장인이 되었을 때가 가장 자식 자랑을 하고 싶으며 행복한 마음이 든다고 하는데 그러한 자식이 입대하여 아무 탈 없이 제대할 날 만을 기다리던 어느 날 갑작스런 아들과의 이별 통지를 받는다면 그 어느 부모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필자는 25년간의 국가보훈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께 느끼는 바가 남다르다. 보훈공무원으로 그러한 유가족 분들을 곁에서 지켜보아야만 했던 기억이 늘 마음에 남아 있다. 전사(순직)한 유가족 분들을 직접 방문하여 위로의 뜻을 전하는데 막상 유가족을 뵙게 되면 말문이 막혀 몸 둘 곳을 모를 때가 무척 많다. 해병대에 입대한 외아들이... 부모의 뜻을 받들어 의사가 되겠다던 그 아들이... 제대하면 부모님 잘 모시겠다던 그 아들이...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 간 것이다.
자식이 죽으면 하늘이 무너진다 해서 천붕이라 했던가. 그 유가족의 슬픔을 어찌 말로 달래 줄 수가 있을까? 며칠을 잠도 못 이뤄 퉁퉁 부은 전사(순직)자의 어머니는 말문이 막혀 버렸는데 그 분들의 마음을 누가 위로해 줄 것이며 무엇으로 보상해 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죄 안 짓고 사는 것’과 ‘용서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국가를 위해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자기 목숨을 내어 놓은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숭고한 삶을 산 것이 아닐까?. 어찌 보면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한 것들은 인간의 본분이며 진정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몸과 마음을 바치는 일은 참으로 의로운 일이며 호국의 삶이라 할 것이다. 그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일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오는 6월 6일 현충일에 잠시나마 호국영령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며, 평소 정부와 학교, 각 기업체 사회단체 등은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보상을 함께 고민하고 작은 나눔을 펼치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이러한 작은 일들이 호국이요 보훈의 삶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호국과 보훈의 삶은 하나인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금년 호국보훈의 달에 ‘어제의 희생을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보답하겠다’는 의미로 국민 모두가 함께 하여 주실 것을 기원하고 있다. 신록이 가득한 산과 들이 더욱 푸르고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운 이유를 생각하며 보훈가족 여러분께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가 나를 위해서 일 할 때가 가장 불쾌했고 내 몸이 남을 위해 바쳐질 때가 가장 행복했노라’라고 한 인도가 낳은 세계적인 지도자 간디의 말이 다가오는 호국보훈의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