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8. 12.


안전에 취약한 필로티(원두막) 구조 다세대주택 등

건축물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박 성 열 강북구의회 복지건설위원장

 

 

 

 

 

최근 신축되는 다세대, 다가구, 원룸주택 등을 보면 1층을 기둥만 설치해 건물을 지탱하도록 하고 벽을 없애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건축양식을 ‘필로티(pilotis)’라고 한다. 1층에 기둥만을 세워두고 2층 이상에 방을 두는 경우 그 1층의 기둥들을 필로티라고 하며, 원래는 ‘기초말뚝’이라는 뜻이란다. 지상층에 손쉽게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차량과 일반인의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적 측면에서 뿐 만 아니라 시야의 개방감까지 주는 등 현대 건축개념에서는 디자인적 측면으로서도 하나의 스타일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동네 주차공간이 협소하다보니 공동주택이나 다가구, 다세대주택 등을 필로티 구조로 건축할 경우 기둥을 설치한 해당층은 층수나 바닥면적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건축법시행령」등에서 규정함 으로써 이러한 건축방식을 정부가 권장하는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요즘 새로 짓는 웬만한 다가구·다세대주택들은 하나같이들 필로티 방식을 취한다.

가뜩이나 좁은 길인데 양 편으로 3~4층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면 무척 답답한 느낌을 줄 텐데, 그나마 1층이 개방되어 있는 덕에 시야가 트이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주차공간이 덤으로 생기고, 주차도 수월하니 건축주나 세입자 분들은 환영하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는 앞서 말한 여러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무척 우려스럽기만 하다. 필로티 건축양식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건축양식은 조망이 탁 트인 넓은 부지 위에 전원형 주택이라든가 혹은 랜드마크 역할을 할 만한 의미 있는 건물 등을 크고 튼튼한 기둥으로 하여  아름다운 건축디자인의 개념으로 조성할 때는 어울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저 단지 주차공간 확보를 위한 목적에서 도심의 좁고 빽빽한 주택가에 1층을 얇은 기둥만으로 지탱하도록 하고 그 위로 3~4층 건물을 허용한다는 것은 안전불감증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지난 3월 11일 진도 9.0 규모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지역을 강타하여 평소 높은 시민의식과 재난훈련으로 사전 대비가 충분한 일본에서도 막대한 물적·인적 피해가 발생하면서, 인근인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지진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국민의 관심을 유발하지 못하였을 뿐, 관계전문가들은 비록 일본에 비하여 대규모 지진의 가능성은 비교적 낮을지언정 우리나라도 결코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누차 경고해 왔었다.

소방방재청이 제출한 201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 680만동 중 겨우 2.3%인 16만동만 내진설계가 적용되어 있어 대부분의 건축물은 지진재해로부터 무방비 상태라고 한다. 더욱이 실제로 내진설계전문가가 내진 설계한 건축물은 전체 건축물의 0.4%인 4만동에 불과하다고 한다. 결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에 하나 우리나라에 진도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680만 건축물 대부분이 붕괴하고 말 것이라는 얘기다.

필자는 강북구의회 복지건설위원장이다보니 아무래도 건축관련 사항들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는데, 평소 지역 순찰을 하면서 좁은 뒷골목 이면도로 양 편으로 이렇듯 기둥만으로 1층을 지탱하는 필로티 건물들이 쭉 늘어서 있는 것을 볼 때면 그래서 지금도 안타까운 마음부터 앞선다. 그저 우리나라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우리나라에 내진설계가 처음 적용된 시점은 1988년. 대부분의 건물은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데다, 요즘 새로이 신축하는 건물도 3층 이상부터만 내진설계를 요구하고, 그나마 그조차도 대부분은 비전문가에 의해 내진설계가 이뤄진다.

우리나라의 내진설계관련 법제기준을 살펴보면, ‘3층 이상의 건축물로서,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에 한하여 내진설계를 의무적으로 적용토록 하고, 그 중 5층 이하는 내진설계 전문가가 아닌, 건축사에 맡기고 있다. 그리고 건축허가 시 구청에서는 이에 대하여 구조학적으로 심의를 할 수 있는 공무원이 없어 관계서류 구비 여부만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일반적인 건축물의 내진설계 심의 사정이 이러할진대, 과연 그 중에서도 1층을 기둥으로만 지탱하는 필로티 구조 건축물들의 안전을 어찌 우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필자는 이러한 고민들의 결과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필로티 구조 건축물은 구조적으로 안전에 관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좁은 이면도로를 접하여 건축되는 다세대주택 등에 대하여는 이를 권장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 제도적으로 규제를 하기를 바란다.

둘째, 일본 대지진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해외 여러 선진국들처럼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하여야 한다. 현행 3층 이상이 아닌, 모든 건축물에 대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건축허가 시 구조학적 심의를 할 수 있는 공무원 인력이 없다면, 건물의 내진설계 등 구조 안전분야를 관련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도록 제도의 보완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일 수 없는 예고없는 재난, 사전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의 주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실적·합리적인 제도 개선책이 시급히 마련되기를 빈다.

아울러 우리 강북구청에서는 제도가 보완될 때까지는 건축주로 하여금 건축허가 요청 시 가급적 필로티 구조방식을 지양하도록 하며, 전문적인 내진설계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최대한 유도하여 주고, 그 밖에도 심의 시 건축구조기술사의 자문을 구하는 등 구민의 주거안전을 위한  여러 가지 대응책을 모색함으로써 불시에 닥쳐올 주민의 불행이 없도록 늘 책임 있는 개선과 관리의 자세를 보여주기를 당부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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