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8. 11.


 무상급식 반대하는 오세훈 시장의 주민투표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시민 동원 투표다

 

 

 

 

 

서울시의원 김기옥 (민주당, 강북1)

 

 

 

 

 

폭우로 서울의 곳곳이 잠기고, 산사태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막심했다. 수해현장의 물이 채 빠지기도 전에 오세훈 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이제 수해 복구비용에 버금가는 주민투표 예산 182억 원이 서울시민의 곳간에서 고스란히 허비될 것이다. 하기야 반포대교에 분수 하나 만드는 데만 700억 원 가까이 돈을 쓴 서울시장에게 182억 원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지난 5년간 106조 원의 서울시 예산을 토건 행정, 디자인 행정, 겉치레 행정과 자신의 치적홍보에 물 쓰듯 사용해 온 서울시장에게 1~2백억 원의 예산쯤은 별게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서울시예산을 허투루 쓴 결과, 이제 1천만 서울시민은 한 사람당 255만 원꼴의 부채를 짊어진 ‘빚쟁이 시민’이 되고 말았다. 무려 25조 5천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가진 서울시는 해마다 부담하는 이자만 1조 원이 넘는다.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이번 주민투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된다면, 수백억 아니라 수천억의 예산이 드는 전국 규모의 선거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서울시 최초의 주민투표’는 불행하게도 ‘오세훈 시장의, 오세훈 시장에 의한, 오세훈 시장을 위한 투표로서 무익한 주민투표, 부끄러운 주민투표, 이상한 주민투표’다. 한 마디로 민주주의의 본질과 자치정신을 훼손하는 퇴행적 민주주의의 한 행태로 두고두고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무상급식은 지난 해 6.2지방선거 민의의 결과였다. 이 선거의 결과를 두고 오세훈 시장은 “시민들이 뭔가에 홀려서” 그렇게 투표를 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해 오뉴월에 날이 더워서 1천만 서울시민이 오판을 했다는 말인가? 일견 그 말이 타당한 측면도 없지 않은 듯하다. 서울시정을 이렇게 엉터리로 만들어 놓은 오세훈 시장을 시민들이 다시 뽑아줬으니 말이다. 오세훈 시장이 “뭔가에 홀렸다”고 말하는 그 시민들이 서울시의회를 민주당에 맡겼다.
민주당이 이끄는 서울시의회는 민의에 따라 지난 12월 ‘친환경무상급식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서울시장은 무려 7개월간이나 시의회에 불출석함으로써 시민의 정치적 대표기구를 부정하는 반(反)의회주의적 행태를 지속했다. 시장의 의회 불출석 기간에 ‘복지를 추방하겠다는 한 단체’가 주민투표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 서명운동은 불법·무효서명이 40%에 육박하여 서명과정의 법적, 절차적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데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은 주민투표를 강행하고 있다.
이번 주민투표는 명백히 불법적이며, 탈법적인 주민투표다. 왜냐하면 이번 주민투표가 형식상 주민들의 청구라는 형식을 띠고 있으나, 실질은 서울시장이 주도하는 ‘시장에 의한 선거’이기 때문이다. 시장과 시의회의 ‘정책적 충돌’이 대화와 타협의 장소인 시의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주민들을 동원하여 투표로 결정하려는 가장 비효율적인 민주정치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정책적 차별성’이 별로 크지도 않은 선택을 위하여 주민을 동원하고,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 이번 주민투표가 이상한 이유는 또 있다. 우리 지방자치법(제107조)은 시의회의 조례 의결에 대하여 시장이 반대할 경우, 시의회는 다수결로써 재차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그 의결의 결과로 조례제정은 확정된다. 만일 그 의결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할 경우, 시장은 대법원에 소(訴)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에 그 외의 다른 수단(예: 주민투표)은 해당사항이 없다. 변호사 출신인 서울시장은 오래전 대법원에 소를 제기해 놓은 상태다. 시장과 시의회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주민투표법(제7조)에서도 ‘재판중인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도록’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우리 법률체계가 시장과 시의회의 갈등처리 방안을 법적으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가 출신인 오세훈 시장이 법을 무시하며 주민투표를 호도하고 있기에 ‘이상한 주민투표’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시장은 ‘보편적 복지를 펼치면 나라가 망한다’고 한다. 초등학교 전학년 무상급식에 사용되는 서울시예산은 약 695억 원이다. 서울시예산의 3%수준이다. 무역규모 세계 9위의 나라에서 이 정도의 예산으로 ‘나라가 망한다’고 외치는 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정부가 “내년 3월부터 만5세 모든 어린이의 무상보육·교육비용 지원을 단계적으로 늘려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주장해온 ‘만5세아 무상보육방안’과 동일한 내용이다. 민주당도 찬성하고 있는 정책이다. 이 정책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지원을 차별하지 않는 ‘보편적 복지정책’이다. 내년부터는 매월 20만 원, 2016년부터는 매월 30만 원을 지급하게 된다.
한나라당과 오세훈 시장이 말하는 초등학교 6년간의 ‘부자급식’ 비용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1년간 한 어린이에게 지급되는데도 불구하고 ‘부자보육’이라고 비판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 대통령이 발표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시장이 주민투표까지 동원하여 반대하고 있는 ‘친환경 무상급식’은 초등학교 5~6학년, 단 두 개 학년의 급식비 지원문제에 한정된 것이다. 1~4학년은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서울시 교육청과 강북구의 자체예산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재벌손자’, ‘부자자녀’들에게 무상급식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어불성설이다. 재벌과 부자들은 일반 서민들보다 세금을 훨씬 더 많이 내는 사람들인데, 왜 그 자녀와 손자에게 무상급식을 줄 수 없다는 것인가? 
‘부자감세’ 등 친(親)재벌 정책을 앞세워 재벌과 부자들에게 해마다 수십조 원의 세금을 깎아 주고 있는 한나라당과 오세훈 시장이 ‘부잣집 아이들에게 공짜 밥을 줄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이 모습, 자가당착이요 넌센스(nonsens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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