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12. 29.
올해의 사자성어 장두노미(藏頭露尾)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교수들이 2010년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를 꼽았다고 한다.
장두노미(藏감출 장, 頭머리 두, 露 드러낼 노, 尾꼬리 미)란 머리만 숨기고 꼬리는 숨기지 못하는 모습을 뜻하는 말로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사자성어다.
이는 진실을 밝히지 않고 꼭꼭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속으로 감추는 것이 많아 행여 들통날까봐 전전긍긍(戰戰兢兢)하는 모습을 뜻하기도 한다.
다수의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를 꼽은 것은 민간인 불법사찰, 4대강 논란, 천안함 침몰, 한미 FTA재협상, 예산안 단독처리 등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고 각종 의혹을 깨끗이 밝히기보다는 진실을 감추거나 덮는 것에만 급급했던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수들은 장두노미에 이어 반근착절(盤根錯節, 얽히고 설켜 해결하기 어려움)과 자두연기(煮豆燃豆, 형제간의 다툼을 뜻함)를 2위와 3위로 선택했다고 하니 나라 사정이 얼마나 딱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 軍(군)은 지난 20일 연평도 사격훈련을 재개했다. 북한의 엄포도 있었고 일부 야당의 반대도 있었지만 우리 용감한 국군은 氣勢等等(기세등등)한 북한 김정일 집단에 굴하지 않고 勇氣百倍(용기백배)해 무사히 훈련을 마쳤다.
그러나 연평도 주민을 포함한 우리 국민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북한군의 기습도발에 勞心焦思(노심초사)한 것이 사실이다. 아직 애기봉 등탑에 트리 점등식도 남아있고 북한 김정일 집단의 호전성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여전히 坐不安席(좌불안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北은 우리 국론 분열 때를 넘본다"며 북한 김정일 집단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국론통합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백번 맞는 소리다. 누가 국론을 분열 시키는 가에 대해서는 따지고 싶지 않다.
다만 이대통령은 후진을 양성하는 대학의 교수들이 장두노미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한 이유라도 알아야 할 것 같다.
정치는 신뢰의 게임이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이며 사람 간에 믿음이 깨지면 틈이 생기게 마련이고, 틈이 생기면 아무리 단단한 바위도 갈라지게 되는 것이다.
하물며 반목의 정치 歷史(역사)와 싸움의 정치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信義(신의)를 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여야간에 신의를 되찾아야 한다. 믿을 信(신)자는 사람인변에 말씀언자로 이루어 졌다. 사람의 말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신묘년(辛卯年)에는 정치인들의 말이 조금은 신중해야 할 것 같다. 다른 것은 몰라도 대통령은 야당 당수들과 머리를 맞대고 북한에 대응할 전략을 짜야하며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11년은 장두노미(藏頭露尾)에서 벗어나 정정당당(正正堂堂)의 모습을 보여, 국민이 노심초사하고 좌불안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4대강이든, FTA든 정치인들끼리 싸울 때 싸우더라도 國難(국난)에는 머리를 맞대고 대처하는 모습을 내년에는 꼭 한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