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8. 19.


 

   도서명: 마음짐승
  저   자: 헤르타 뮐러

  역   자: 박경희
  출판사: 문학동네
  발간일: 2010-08-16

  장   르: 장편소설
  가   격: 12,000원

 

 

책소개

 

헤르타 뮐러, 시의 옷을 입은 산문의 칼날로 불안과 공포의 시대를 증언하다!


2009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타 뮐러의 장편소설 「마음짐승」이 출간되었다. 전후 전체주의 사회의 참상을 그린 작품 「숨그네」와 「저지대」로 국내 독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은 헤르타 뮐러는 마음짐승에서도 개인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실존적이며 일상적인 억압의 풍경을 대단히 시적이고 치밀한 언어로 그려 보인다.

숨그네와 저지대를 읽은 독자들이라면 짐작할 수 있듯 ‘마음짐승’이라는 제목은 작가의 조어이다. 어릴 적에 할머니에게서 들었던 자장가에서 착안한 이 제목은 내일을 알 수 없는 삶 속에서 거대하고 흉물스런 발톱을 세우며 불안해하는 자아의 그림자이자 상처 입고 그늘진 초상의 다른 이름이다.


헤르타 뮐러는 이달 15일, 국제비교문학회가 개최하는 ‘2010 세계비교문학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전체주의라는 거대한 역사적 오류,  시대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젊은이들의 절망적 엑소더스!

침묵하면 불편해지고, 말을 하면 우스워져, 에드가가 말했다. 

우리는 바닥에 펼쳐둔 사진들 앞에 이미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쥐가 날 정도로. _7쪽


차우셰스쿠 지배하의 루마니아를 벗어나는 데 성공한 ‘나’와 에드가는 떠나온 고향이 담긴 사진들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는다.

대학 시절, ‘나’는 다섯 명의 동기들과 기숙사의 한 방을 나눠 쓰게 된다. 기숙사 룸메이트 중에는 빈곤한 마을 출신인 롤라가 있다. 가난과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를 찾아 뭇 남자들 사이를 배회하던 그녀는 돌연 기숙사 방에서 ‘나’의 원피스 허리띠로 목을 맨다. ‘나’는 내 트렁크 안에서 그녀가 어떤 식으로 체육 강사에게 강간을 당했는지 기록한 공책을 발견한다.


체육 강사가 저녁에 나를 체육관으로 불러 안에서 문을 잠갔다, 라고 롤라는 썼다. 두꺼운 가죽공들만이 우리를 지켜보았다. 그는 한 번으로 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몰래 그를 뒤쫓아가 그의 집을 알아냈다. 그의 셔츠를 하얗게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가 교수회의에서 나를 신고했다. 나는 메마름을 떼어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신은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 아이는 결코 발이 붉은 양 떼를 몰지 않으리라. _36쪽


죽은 지 이틀 만에 롤라는 당에서 제명당하고, 학교에서는 ‘국가적 수치’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제적 처리된다. 얼마 후 잠가둔 ‘나’의 트렁크에서 롤라의 공책이 사라진다. ‘나’는 롤라가 죽은 후 이 년 동안 허리띠를 매지 않는다. 어느 날 구내식당에서 세 남학생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그들은 롤라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며 그녀와 한 방을 쓰던 학생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거의 매일 나와 만나 정치적 입장에 대해, 그들의 시에 대해 토론하고 각자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사람이 살지 않는 여름별장 우물 뚜껑 밑에 매달아 둔 아마포 자루 안에 독일에서 밀반입한 그들의 책이 들어 있다. 정권에 비판적인 네 학생은 비밀경찰의 감시대상이 된다. 경감 프옐레는 수색 중에 발견된 시 한 편을 구실로 그들을 한 명씩 심문한다. 여름별장에 있는 책에 실려 있는 그 시는 그들이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외웠던 것이다. 프옐레는 ‘나’를 발가벗기고 자신이 멋대로 바꾼 시를 소리 내어 읽으라고 강요한다.


구름 한 점마다 세 남자친구가 들어 있네

구름이 가득한 세상에서 창녀란 그런 거지

어머니도 원래 그런 거라 하셨네

남자친구가 셋이면 어떠니

진지한 일에나 마음을 쓰렴 _125쪽


대학 졸업 후 ‘나’는 한 공장에 취직해 수압기 사용설명서를 번역한다. 에드가와 게오르크는 국가의 지시로 각자 다른 공업도시로 가서 교사로 일한다. 쿠르트는 도축장의 엔지니어가 된다. ‘나’는 마르기트라는 늙은 헝가리 여인의 집에서 하숙을 하고, 비밀 장소인 여름별장의 열쇠를 맡기러 여재단사에게 갔다가 우연히 공장 여직원 테레자를 만난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공장의 핵심인물인 그녀를 아니꼽게 보지만 ‘나’는 그녀와 가까워진다.

어느 날 ‘나’는 테레자의 겨드랑이에서 혹을 발견한다. 그러나 테레자는 병원에 가려 하지 않는다. 의사인 남자친구도 있지만 그녀는 그와 있을 때면 겨드랑이가 보이지 않는 블라우스를 입는다.

정치적 입장 때문에 에드가와 게오르크, 그리고 ‘나’는 해고당한다. 쿠르트만 도축장에서 겨우 일자리를 유지한다. 하숙비를 낼 수 있도록 ‘나’의 어머니는 매달 돈을 부쳐오고, 테레자는 모피공장의 간부 집에 ‘나’를 보내 그 집의 두 아들에게 독일어 수업을 하도록 주선한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아 간부의 부인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과외교사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며 ‘나’를 해고한다.

게오르크는 역전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폭행을 당한다. 그는 턱이 깨진 채 병원에 도착해서야 다시 정신을 차린다. 해고당한 후 게오르크는 익명의 폭행자를 찾는 전단을 붙이지만 경찰은 그런 그를 조롱한다. 병원 퇴원허가서에는 “구토를 동반한 여름철 독감”이라는 진단서가 붙어 있다. 게오르크는 여권사무소로 가서 출국신청서를 제출한다. 서독으로 갈 수 있는 허가를 얻었음에도 육 주 후 그는 프랑크푸르트암마인의 한 건물 육 층에서 떨어져 즉사한다. 에드가도 출국신청서를 낸다. ‘나’의 어머니는 나와 할머니를 데리고 출국신청을 하러 간다. 여든여덟의 할머니는 출국허가가 떨어지기 전에 죽는다. ‘나’는 베를린으로 가고, 엄마는 아우크스부르크, 에드가는 쾰른으로 간다. 정치적 이유로 망명했다는 증거를 댈 수 없는 나와 에드가는 정부로부터 실업수당을 받지 못한다.

그러던 중 테레자가 베를린의 ‘나’를 만나러 온다. ‘나’는 경감 프옐레가 테레자를 보냈음을 눈치챈다. 테레자가 시내 구경을 하는 동안 ‘나’는 그녀의 가방에서 복사한 내 집 열쇠를 발견한다. 친구의 트렁크에서 발견한 전화번호를 누르자 루마니아 대사관으로 연결된다. ‘나’는 테레자에게 돌아가달라고 한다. 테레자는 반년 후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쿠르트는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맨다.


헤르타 뮐러의 독재사회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소설


이 작품에는 특히 헤르타 뮐러 자신의 개인사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마음짐승은 차우셰스쿠 지배하의 루마니아를 벗어나는 데 성공한 주인공이 떠나온 고향의 사진을 보며 기억을 더듬는 장면에서 시작하는데, 실제로 헤르타 뮐러는 국가라는 공포의 대상과 마주하며 루마니아에서 청년기를 보냈고 소설에 등장하는 독서 토론 모임처럼 차우셰스쿠에 저항하는 작가들의 모임 ‘악티온스그루페 바나트’의 유일한 여성 멤버로 활동했으며, 1987년 남편 리하르트 바그너와 함께 서독으로 망명한 후에는 루마니아의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수많은 작품을 발표해왔다.

헤르타 뮐러는 1998년 국제 임팩 더블린 문학상 수상 당시 \'마음짐승\'이 차우셰스쿠 독재치하에서 세상을 떠난 두 친구 롤프 보세르트와 롤란트 키르시를 위해 쓴 작품이라고 밝혔다. 롤프 보세르트는 독일로 이주한 직후 프랑크푸르트암마인의 이민자 임시숙소에서 창문을 열고 투신했고, 롤란트 키르시는 루마니아 자택에서 목을 맸다. 타살의 혐의를 풀 수 있는 부검은 허용되지 않았다. 악티온스그루페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이 두 사람은 소설에서 각각 롤라와 쿠르트라는 인물과 겹친다.

이렇듯 \'마음짐승\'은 독재 시절 루마니아를 돌아보는 헤르타 뮐러의 청춘일기와도 같은 작품이다. 오래전 잘려진 언어들로 가득 찬 낱말상자를 들고 조국 같은 타국인 루마니아에서 타국 같은 조국인 서독으로 감행했던 젊은이들의 엑소더스, 그 절망의 눈부시고 뼈아픈 기록이다.


추천사

「마음짐승」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에서 그려진 세계는 우리에게도 너무나 친숙하다. 모든 독재자들은 그들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거의 같은 도구를 사용한다. 그 독재자가 유럽 출신이든 아시아 출신이든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출신이든 그리고 그들의 이데올로기가 무엇이든 간에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는 같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고통 역시 같다. 허수경(시인)


폭식, 어리석음, 잔혹함이 뒤섞인 악에 관한 한 편의 동화! 뉴욕 타임스


\'마음짐승\'은 루마니아 사회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며 공산주의 시절 동유럽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삶이 어땠는지 정확히 묘사한다. 여기에 플롯은 없다. 이다음에 어떤 장면이 나오는지보다 한 줄 한 줄 다음에, 한 쪽 한 쪽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가 더 흥미롭다. 워싱턴 타임스


뮐러의 참된 성취는 차우셰스쿠가 지배했던 루마니아를 생생히 재현했을 뿐 아니라 망명 경험 또한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독일로 탈출한 뒤에도 여전히 고통받는다. \'마음짐승\'은 많은 동유럽 소설이 보여주는 냉정한 아이러니를 피해가고 있다. 콰드란트


지은이 헤르타 뮐러 Herta Müller

1953년 루마니아 니츠키도르프에서 태어나 독일계 소수민족 가정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이차대전 당시 나치 무장친위대로 징집되었다가 돌아왔고,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의 강제수용소에서 오 년간 노역했다. 나치의 몰락과 루마니아 독재정권의 횡포를 침묵으로 지켜보았던 시골 마을의 강압적인 분위기는 어린 뮐러에게 정체 모를 공포와 불안을 심어주었다. 이후 티미쇼아라대학에서 독일문학과 루마니아문학을 전공했고,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젊은 독일어권 작가들의 모임 ‘악티온스그루페 바나트’에 유일한 여성 멤버로 참여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82년, 루마니아 정부의 강도 높은 검열을 거친 작품 \'저지대\'로 문단에 데뷔했다. 1984년 베를린에서 재출간된 \'저지대\'는 유럽, 특히 독일 문단과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고, 루마니아 정부는 \'저지대\'를 금서 조치했다. 이어 루마니아 비밀경찰의 감시와 압박이 심해지자 뮐러는 남편이자 동료 작가였던 리하르트 바그너와 함께 1987년 독일로 망명했다.

주요 작품으로 전후 전체주의의 공포를 생생히 묘사한 소설 \'숨그네\' \'마음짐승\'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인간은 이 세상의 거대한 꿩이다\', 산문집 \'악마가 거울 속에 앉아 있다\', 시집 \'모카잔을 든 우울한 신사들\' 등이 있으며, 아스펙테 문학상, 리카르다 후흐 문학상, 로즈비타 문학상, 독일비평가상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다. 2009년, 응축된 시와 진솔한 산문으로 박탈당한 삶의 풍경을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박경희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본대학에서 번역학과 동양미술사, 독일 현대문학을 공부했다. \'숨그네\' \'마음짐승\' \'옌젠 씨, 하차하다\'  \'흐르는 강물처럼\'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 \'암스테르담\' \'첫사랑, 마지막 의식\' \'슬램\' \'파울라 날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무진기행」 「직선과 곡선」 등 한국문학 작품을 독일어로 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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