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2. 10.
세상은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 정치권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은 예로부터 조상을 모시고 친척들과 왕래하는 전통명절이지만 이런 풍습은 점점 사라지고 요즘은 겨우 부모님 찾아 얼굴이나 내밀고 바로 헤어지는 인사치례로 변모하고 있다.
시골이 점점 없어지고 도시화되는 경향도 있고 아이를 낳지 않아 핵가족화 하는 경향이 있다지만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4촌은 커녕 친 형제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남이 되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가족이 해체된다는 것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정신적인 황폐함이다. 어려서부터 형제간의 우애나 사랑보다는, 친구나 선후배간의 우정과 상하질서보다는 나만 잘돼서 명문대만 나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이나, 부모님의 재산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느냐는 식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이 나라의 중추가 됐을 때를 상상해보면 정신이 아찔하다.
북한은 고전적인 전통문화를 고집하는 또 다른 우리 땅이다. 아직 문명의 혜택을 덜 받았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북한주민은 일제를 겪고 바로 김일성 사회주의가 덮쳤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모르고 살았다. 따라서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부를 때는 수령님 혹은 위대한 영도자 등 수식어를 반드시 부친다고 한다.
그런 북한도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김정일을 그냥 김정일이라고 부르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한다. 북한 정권이 아무리 귀를 막고 눈을 가려도 세상 돌아가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이치다. 가족을 중시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민족성을 볼 때 김정일을 자기 부모님 같이 여기던 북한주민들이 김정일의 이름을 마구 부를 정도가 됐으면 북한 정권의 붕괴가 서서히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북한 정권의 갑작스런 붕괴가 가져올 우리 민족의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후세들은 벌써 전통의 가족이 붕괴되고 개인주의가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북한이 갑자기 붕괴되면 어쩔 수 없이 이를 흡수해야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북한의 붕괴에 따라 어쩌면 같이 망하는 절대명제에 직면해 있다. 물론 하루이틀만에 갑자기 북한이 붕괴되지는 않겠지만 우리대한민국을 이끄는 정치지도자들은 세종시나 4대강 등 권력문제만 우리 앞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지도자들이야 북한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겠지만 작금의 정치판 돌아가는 꼴을 보아서는 민족문제나 국가 안위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그나마 큰 기업들의 실적호조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나라에서 여여는 물론이고 여야가 이마를 맞대고 중국과 미국틈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해도 모자랄 판에 하다못해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교육의원 선거까지 자기편이 유리한 쪽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아웅다웅이라니 정말 한심스럽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정치는 연일 싸움질인데 북한이 갑자기 붕괴되면 돈과 권력은 무용지물이다. 형제나 사촌은 짐이 아닐지 몰라도 북한은 분명히 우리가 짊어져야 할 우리 모두의 짐이다. 형제가 망해도 나만 살면 그만이지만 북한이 망하면 남의일로 모른 척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아직 망하려면 멀었는데 뭐 그런 것까지 걱정하느냐고, 내 시대나 내 임기만 잘 넘어가면 그만이라는 식이면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끼리 싸우는 것은 싸우는 것이고 북한문제와 아이들의 통일교육을 비롯한 인성교육문제만큼은 정치인들과는 다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쓰나미나 지진이 덮친 다음에는 이미 늦는다는 것을 다른 나라의 예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점과 더 늦으면 대비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