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1. 16.
학교장 경영능력평가제 문제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3월 새 학기부터 학교 운영성과가 좋지 않은 서울지역 공립 초·중·고교 교장에 대해 인사와 보수에서 불이익을 주고, 능력이 최하위권인 교장들은 실력향상을 위한 직무연수를 받아야 한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이른바 학교장 경영능력 평가제는 ▶학교경영 ▶학력증진 ▶학교장 활동 ▶학부모 만족도 ▶청렴도 및 자질 등 5개 부문으로 평가를 실시해 성과가 좋은 교장에겐 인센티브를 주고 나쁜 교장에게는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교장에 오르려면 최소한 30년은 교단에 서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대와 사범대를 졸업해 교사가 된다 해도 교장에 오리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렇게 오르기 힘든 자리에 교육청이 교장을 임명했으면 교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교장은 단순히 학교의 대표자가 아니라 수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존경하는 자리며 정치권이나 교육청이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 되는 자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가 무슨의도로 서울시내 900여 공립교장들을 평가하겠다고 하는지 그 발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는 아이들 가르치는 곳이지 경영하는 곳이 아닌데도 교장에게 경영을 얘기하거나 학교장 활동을 체크하겠다는 자체가 우선 우습다. 학교장이 경영을 잘하려면 돈을 모집하거나, 대학총장처럼 세일즈 하라는 것인가 묻고 싶다. 학력증진이나 학부모 만족도도 같은 맥락이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바라는 것은 아이들의 학력증진만이 아니라 인성교육도 있다. 공부만 가르치려면 학원도 있고 이른바 고급 과외교사들도 많지만 학교에 초중고 12년이나 보내는 것은 친구도 사귀고 사람이 되라는 뜻이 더 강함을 알아야 한다.
청렴도 및 자질을 논하는 자체가 서울시 교육청의 모순이다. 교장이 되려면 우선 교감이 되어야 하고 교감이 되려면 갖춰야 할 점수가 많다. 이미 교감을 거치고 교장 연수를 마쳤으면 자질이 충분한 것을 이제와서 자질 운운하면 교육청은 자격도 안 되는 사람들을 교장에 임명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교육청은 학생들을 위한 곳이면서도 또한 교권을 지켜줘야 하는 곳이다. 평생을 교직에 몸 바쳐서 교장에 오른 분들을 느닷없이 청렴도니 자질 평가니 하는 것은 교장들을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교장도 사람인지라 조금의 실수는 있을 수 있다. 한 두사람의 실수를 마치 전 교장의 문제인 것처럼 떠벌리고 능력평가 운운하는 사람들 먼저 자질과 청렴을 조사해봐야 한다. 정치권이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지경에 교육청이 나서서 학교장까지 물고 들어간다면 누가 교육청을 신뢰하고 얘들을 학교에 마음놓고 보내겠는가.
초중고의 교권을 지키는 일차적 책임은 교육청에 있으며 이를 어길시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옴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