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7. 09.
교육 백년 지 대계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기는 위기인가 보다.
선거 좋아하는 나라 아니랄까봐 우리나라는 교육계까지 선거 열풍에 휘말리고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는 형국이다.
군사독재시절 말미쯤인가 난데없이 대학의 학장과 총장까지 선거하자고 해 교직원들이 고향 따지고 출신학교 따져가며 편 가르기하고, 정치 지향교수가 기하급수로 늘어나 교수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신성해야할 학교가 X판이라는 정치판의 축소판이 되더니, 어느새 초중등교육을 담당하는 시도교육감까지 선거판을 만들어 교육감후보가 정당을 등에 업질 않나, 공공연히 전교조 성향을 표방하질 않나 나라교육계 꼴이 그야말로 X판이다.
이 나라가 진정한 권위와 어른이나 선후배에 대한 존경심이 없어지고, 친구나 선후배 없이 자기만 먼저 출세하면 그만이라는 식이 자리 잡은 세상이 된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쩌면 교육현장에 선거라는 것이 등장하고 나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정당을 등에 업든, 전교조 성향이든 우리의 미래라는 아이들의 교육이 잘 된다면, 그래서 부강한 나라가 되고 우리고유의 전통인 어른과 선생님에 대한 공경, 선후배간의 의리와 이웃 간의 협동심 등이 유지될 수 있다면 선거라는 것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거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남을 깎아내리고, 패자는 진정한 승복도 없이 이긴 쪽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분풀이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지경이 됐으니 문제다.
경기도 교육감에 전교조 성향이 당선되자 경기도교육위원회가 초등학생의 무상급식 예산 중 절반을 삭감하고, 서울시 교육청은 느닷없는 촌지문제를 들고 나와 더욱 어리둥절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던데, 비록 정치인들이 자기 편한 대로 혹은 자기 입맛에 맡는 사람과 일하려고 교육계에 선거라는 것을 도입했다 할지라도 교육계에 몸담은 사람들이라도 서로 헐뜯지 말고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교육계 사람들이 스스로를 깎아 내리는 모양은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교육계가 정치에 물든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신성한 교육계를 정치판으로 만든(교육계 스스로 원했을 수도 있지만) 정치인들도 그들을 가르친 스승이 있을법하고, 그들도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을 터인데 그들은 과연 자기 스승이나 사랑하는 자기 아이들 스승의 권위에 대해 한번쯤 생각이나 해보았는지 궁금하다.
머리 좋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정치도 하고 교육계를 이끌 것이다. 대통령부터 교육의 중요성과 사교육의 폐해로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를 걱정하고 있는 판국이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꼭 사교육비 때문인 것만도 아닌 것 같다.
교육계가 바로 서려면 정치인들 교육부터 시켜 스승의 권위를 되찾게 해야 한다.
또한 정치 지향적인 교수들부터 다시 교육 시켜 오직 후진 양성에 힘쓰도록 해야 한다.
교육계를 정치와 선거로부터 멀어지게 해야 한다.
물론 잘난 사람은 자기 어릴 적에도 스승 없이 혼자 공부했을 텐데 이제 와서 교육발전을 위해 교육받으라면 받을 사람도 없겠고 교육계를 선거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은 정치가 없어진다면 모를까 여간 힘든 일이 아니겠지만 달리 방도가 없어 보여 하는 말이다.
인터넷은 점점 발달하고 아이들의 머리는 커 가는데 스승대접은 커녕 여기저기서 흠집내려는 사람이 많은 교육현장의 선생님들만 죽을 맛이다.
누가 뭐래도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착하디 착한 선생님들, 옛날만큼 그리 존경은 못 받아도 제자가 찾아주면 잠시 시름은 잊는 다는데, 혹시 정치하는 분이나 교육정책 세우는 분들 옛 스승을 찾아 교육 십년지대계라도 상의해보면 어떠신지.
아주 어릴 적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도 표할 겸, 훈장님의 따끔한 훈계도 받을 겸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