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7. 02.
떡볶이 논쟁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 초선 의원도 아니고중진 의원이라면 말장난이 아닌
정책적인 차원에서 古言(고언)해야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이문동에 있는 떡볶이 집을 들른 것에 대해 민주당의 모 중진의원이 야유 섞인 비난을 하면서 여야 간에 이른바 떡볶이 논쟁이 붙었다.
떡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아마 우리 아이들이 자장면 다음으로 좋아하는 음식으로 알고 있다.
요즘 여당과 야당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이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자 이 대통령이 뭔가 변화를 해 보겠다는 마음에, 정치권 보다는 우리 국민에게 우선적으로 서민적인 모습 (순댓국집은 대선에서 써먹었고)을 보이기 위해 가장 먼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 집을 찾은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어쨌든 이 대통령이 중도를 표방하고 개각도 고려하고, 떡볶이 집을 찾는 등 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우선 찬성이다.
이 대통령이 떡볶이 집을 먼저 찾든 어떤 대책을 내놓든 간에 반대하는 쪽은 어차피 물고 늘어질 것이 뻔 한 판국에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떡볶이 집을 방문한 것을 보면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거룩한(?) 뜻이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기 때문이다.
필자도 가끔 떡볶이를 먹는다. 고3인 딸아이와 중3인 아들과 함께 분식집에 가면 유난히 빨간색의 떡볶이에 눈이 간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인데 저 고춧가루가 진짜일까도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 떡볶이 보다는 떡볶이 요리 안에 있는 오뎅(어묵)이며 만두며 계란 등에 젓가락이 먼저 간다.
오뎅(어묵)국물을 마셔가며 먹는 떡볶이 맛은 정말 일품이다. 아마 아이들도 이런 맛에(물론 가격도 싸지만) 떡볶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떡볶이는 어디서 먹든 그저 떡볶이다. 물론 양념의 비법도 있겠지만 떡만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오뎅(어묵)을 좋아하는 아이, 만두를 좋아하는 아이, 계란을 좋아하는 아이, 떡볶이 자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떡볶이 국물에 음식을 찍어먹는 재미로 떡볶이 집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떡볶이 집이 잘되려면 좋은 고추를 쓴 고추장을 써야 함은 물론이다.
떡볶이 양념 맛은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훨씬 더 잘 안다. 따라서 “이 대통령께 말씀드린다. 떡볶이 집에 가지 마시라. 그 집에 손님 안 온다.”는 민주당 의원의 말은 틀린 말이다.
아이들이 떡볶이 집에 가고 안 가고는 떡볶이 집의 양념 맛이나 군만두 하나 얹어주는 아주머니의 인심에 있는 것이지 이 대통령이 떡볶이 집에 가고 안 가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무리 야당 의원이기로서니 아이들이 자주 찾는 떡볶이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비아냥대는 것은 수준을 의심하기 전에 보기에도 딱하다.
어차피 정치는 쇼이고 그런 쇼를 연출하는 것은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초선의원도 아니고 중진쯤 되는 사람이면 나라가 이렇게 어려울 때 정책적인 차원에서 苦言(고언)을 해야 마땅하다.
하긴 이것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요 정치인의 수준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의원은 혹시 떡볶이 집에는 가봤는지 궁금하다.
그도 역시 쇼 차원에서 맛있게 먹는 척이나 해봤으면 다행이겠지만 먹는 음식 가지고 더 이상 말장난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다 진짜 떡볶이 집 운영하는 분들 혹시 장사 안 되면 그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있을까? 아니면 민주당의 중진의원에게 있을까? 아니면 모든 책임은 아이들에게 있다고 얘들 타령하는 논평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