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6. 25.


여론조사의 함정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요즘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서로 자기네당의 지지율이 높다고 아우성이다.


한마디로 我田引水(아전인수)요 꼴불견의 극치다. 물론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정당은 정치하는 사람이 모인 곳이며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사니 서로 자기네 편의 지지가 높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이 한편으로는 마음편한 일일지도 모른다.


여론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여러 사람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정치 불신이 팽배해 있는데 어느 정당을 지지하냐고 묻는 것 자체가 코미디요, 낮 부끄러운 얘기다.


민심을 알아본다는 여론조사만 해도 그렇다. 도대체 누구에게 알아보는지 모르지만 한나라당도 30%대, 민주당도 30%대의 지지율이라는 주장에 혀를 내두른다.


여론조사를 이런 식으로 발표하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자기 입맛대로 문항을 넣고 지지율이 자기 당에 유리하게 나오도록 유도해 자기네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더 받고 있다는 식으로 국민을 호도해 소위 無黨(무당)파 국민을 속이려는 전술은 너무 치졸하고 오래된 수법이다. 우선 100명중에 60%대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식의 여론조사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은 선거 때도 아니고, 전직 대통령의 자살로 국민의 심기가 불편할 때이므로 진정한 국민 여론은 정당의 지지율 보다는 대통령의 리더십이나 국정 운영방향에 대한 여론조사라면 모를까 느닷없는 정당의 지지율 싸움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여론조사의 응답율도 그렇다. 100명에게 전화하면 15%대의 응답률이면 15명만이 답한 것이다. 그들 주장대로 그중에 30%라면 100명중에 4·5명이 지지한다는 뜻인데 100명중 4.5명이면 4.5%의 지지율이지 왜 30%의 지지율이라고 우기는지 모르겠다.


물론 여론조사 방식이 과학적 접근이고 응답자 기준으로 계산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라를 이끌었거나 이끌고 있는 거대정당이라면, 국민에게 자기당의 지지율을 밝힐라치면, 몇 명에게 물어서 몇 명이 응답했는데 그중 몇 명이 우리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래도 상대당보다 자기당의 지율이 높다고 발표하는 것이 낳아 보인다. 국민을 속이는 것도 한두 번이고 눈 가리고 아웅도 유분수지 이건 해도 너무 한다.


머리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정당들이 자기가 하는 여론조사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는데 민심의 흐름도 간파 못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급하면 다 알면서도 그런 식으로 여론조사를 발표하겠는가?

 

정당은 사람이 모인 곳인데 자기 사람들 이탈할까봐 서로 자기네가 인기 있다고 주장하는 정치적 쇼도 필요할 테고, 여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에게 힘도 실어줘야 하고,

 

야당은 반대하는 명분을 위해서라도 국민의 지지율이 필요 할 테니까 서로 자기네가 우위를 차지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딱히 말릴 필요도 없지만, 산적한 나랏일 놔두고 지지율 타령이나 하는 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진정 국민의 마음을 알고 지지를 구하는 여론조사를 하고 싶으면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정도면 적당한지, 아니면 대통령제와 내각제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어떤지, 국회의원 숫자를 몇 명으로 줄여야 하는지, 지방자치를 이런 식으로 계속해야 하는지 등을 물어보라.

 

여론조사 한다는 전화 한 번도 받은 적도 없고(받더라도 응답도 안 하겠지만), 정당의 여론조사비용도 분명 국민이 주는 혈세인 정당보조금으로 지급할 것인데, 기왕에 국민의 돈으로 여론조사하려면 100명중 그래도 50명은 응답하는 문항을 넣고 한번이라도 제대로 조사해보라.


날씨는 더워지고 불쾌지수는 올라가는데 정당지지나 묻는 전화를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도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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