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6. 17.
어디로 가야하나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후퇴하다 못해 민주주의 자체가 위기라고 주장하는 시국선언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한편에서는 보수단체들이 나서 좌익척결을 주장하는 모습이 해방 이후의 어지러운 모습을 연상케 한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비가 내리는 중에도 서울광장에 모여 쭈그리고 앉아 밤새우는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 없고, 86세라는 전직 김대중 대통령은 현직 이명박 대통령에게 훈수하기보다는 국민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국민을 부추겨 정국을 더 꼬이게 하고, 그의 평생의 라이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를 비난하고 있다.
이 모든 중심에 서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꿈쩍도 안하고, 그의 추종자들은 이때다 싶어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공격해 반전을 꾀하고, 이명박 대통령 주변 국회의원들은 서로 자기주장 하느라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 리더십의 실종을 떠나 가히 정치의 실종시대다.
이런 해괴한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을 민주주의 위기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우리 정치는 여야를 떠나 국민의 마음을 떠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원래 정치라는 것이 국민을 속이고 국민이 정치에 식상하게 만들어 관심을 덜 갖게 하는 것이 해먹기 편한 것이지만 작금의 정치 행태를 보면 정치하는 사람들 여야를 떠나 앞으로 정치해먹기 점점 어려워질 듯싶다.
지역구 일이나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아무리 잘해도 존경은 커녕 뒤돌아서면(정면에서도) 손가락질하기 일쑤고, 현직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면 다음 대통령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민적 요구에 의해 어떤 형태로든 검찰에 불려가야 될 것 같고(소위 실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만약 야당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무서운 국민들 앞에 정치인 누구도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것은 너무 간단한 진리며 양지에 있을 때 음지에 있던 때를 기억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긴 요즘 세상을 보면 양지가 어디고 음지가 어딘지 분간도 안 되고, 음지에 있으면서도 양지에 있는 사람들 별로 부러운 것도 없고, 양지로 옮겨 음지를 보면서도 음지 있을 때 가졌던 초심이 생각나지 않으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을 바꿀 때가 왔다. 5년 임기의 대통령제가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이 수사 받는 중에 자살했으며 그 후유증은 오래갈 것이다.
한번 떠난 국민의 마음이 쉽사리 돌아오기 어려워 보이고 현직대통령의 리더십 회복은 너무 멀어 보인다. 대한민국의 갈 길은 먼데 희망의 길은 안 보인다.
지도자의 말을 따르는 사람이 없고 새로운 지도자도 안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고 다른 길이 보인다면 그 길을 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우리세대만 살고 끝나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왕조도 겪었고 미군정도 거쳤으며 소위 군사독재도 겪었다.
대통령제도 7년 단임에서 5년 단임으로 바뀐 지 20년이 넘었다.
이제 내각책임제를 비롯한 다른 제도를 고민할 때가 됐다. 그래야 국민이 편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혼율이 50%에 육박하고 아이는 한 집에 하나밖에 안 낳는 나라가 돼버린 대한민국이다.
부모형제의 정이 예전 같지 않고, 선후배간의 의리나 동료의식이 없어져가는 나라에 맞는 제도를 선택해야 나라가 편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제든 내각책임제든 설사 제도를 바꿔 지도자를 누가한다 하더라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한번 가보고 싶다.
혹시 또 아나, 그 길이 정답일지. 혹시나 바라는 형국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