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3. 18.
신발신고 들어오면 엄마한테 혼나요
서울 성북소방서 119구조대 / 장 영 우
저녁을 먹고 잠시 휴식 중에, 구조출동방송이 나왔다. 내용은 ‘현관문 시건 개방’, ‘아파트 12층’ 항상하는 일이지만 혹시라도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로프등 장비를 꼼꼼히 챙겼다.
현장에 도착하니 애기 엄마가 잠시 옆집에 볼일 보러 나왔는데, 전자키가 고장났는지 작동을 안하고 집에는 7살, 5살 먹은 아이들만 있다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문 안쪽에서는 아이들이 문을 열기위해 이것저것 만지는 것 같은데 문은 안 열리고 아이들도 놀랐는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안 열린다고 있었다.
우리는 아이들과 엄마를 안심시킨 후 위층으로 올라가 양해를 구하고 로프를 내려서 베란다로 들어갔다. 베란다로 들어가니 아이들 둘이 쪼르르 뛰어오면서 큰애가 “아저씨 문이 안 열려요” 하길래, 나는 “걱정하지마 아저씨가 곧 열어줄게”하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작은애가 나를 보며 “아저씨 신발신고 들어오면 엄마한테 혼나요”하는 것이었다. 급한 마음에 신발을 신은 체로 들어가려고 한 나는 아차하는 마음이 들었고, 아이가 너무 귀엽기도 해서 “미안해 아저씨가 깜빡 했네”하며 웃으며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문을 열어주고 가려고 하는데, 아이들의 아버지가 놀란 마음에 얼마나 열심히 뛰어왔는지 땀에 젖은 모습으로 나타나, 가려는 우리를 붙잡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데,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했다.
항상 우리가 하는 일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그들이 얼마나 놀랐고,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그 마음을 충분히 알것같아 보람되고 뿌듯한 마음이 드는 기분 좋은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