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2. 25.
정치지도자와 종교지도자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박정희대통령은 전직대통령이지만 아직도 前(전)자가 빠진 그냥 박정희대통령으로 더 많이 불린다.
그 분이 군사혁명으로 18년 장기집권을 했음에도 비슷한 다른 대통령과는 달리 개인적인 부를 형성하지 않았으며 오직 조국의 부흥을 위해 헌신한 대통령으로 인정받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 추기경 역시 통장에 900만원 남짓한 돈의 있을 뿐 태어날때 모습 그대로 빈손으로 하나님 곁으로 돌아가셨다고 해서 화제다.
사람은 권력이 강하든 돈이 많든, 존경을 받든 손가락질을 받든 누구나 죽는다.
그 사람이 성공한 인생을 살았는지 평범한 인생을 살았는지는 그 사람의 死後(사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만 하더라도 서거하자 온 국민이 슬퍼했으며 조문객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몇 킬로미터씩 줄을 서서 조문하기란 여간해선 쉬운 일이 아님에도 김수환추기경을 哀悼(애도)하는 물결도 대단했다.
김 추기경은 하필이면 나라가 가장 어렵고 날씨마저 추울 때 돌아가셔서이지 날씨가 좋고 경제사정이 좋았다면 전국에서 추모의 물결이 어마어마했으리라 짐작된다.
박대통령의 나라사랑과 김추기경의 나라사랑의 방식이 조금은 달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분의 나라사랑이 어쩌면 또 같았을 수가 있다.
종교적인 신념이 달라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여러 종교로 나뉘어 있다지만 종교인들의 국민에 대한 사랑과 봉사하는 마음은 같을 것이며, 정치 역시 원래의 목적이 국민에 대한 봉사가 그 으뜸이니 종교와 정치는 다른 것 같지만 어찌 보면 비슷한 면이 너무 많다.
정치인들도 사람을 모아야 하고, 종교인들도 자기가 모시는 신의 말씀을 설파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깨끗한 정치를 위해 선거자금을 모으고, 종교인들은 포교를 위해 헌금을 받는다.
정치인들이 법도 만들지만 거의 사람 만나는 일이 主業(주업)이며 종교인들도 포교를 위해 사람 信徒(신도) 만나는 일이 주된 일이다.
정치인이나 종교인은 말을 잘해야 하며,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일이 우선이다.
정치인은 국민의 종이고 종교인은 자기가 믿는 신의 종이라지만 결국 사람이 없으면 정치나 종교나 다 무용지물이다. 결국 정치도 사람이 하고 종교의 포교도 사람이 한다.
권력자나 종교인들이 돈이나 밝히고 스캔들이나 일으키면 살아생전이나 사후에도 국민의 가슴속에 서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해방 이후의 혼란을 겪고 짧은 시간에 국가를 재건한 박정희 대통령과 그의 장기집권에 저항한 김수환추기경을 동일 선에 두고 존경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박정희대통령의 나라사랑과 김수환추기경의 국민사랑이 함께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무튼 이번 김수환추기경의 선종은 경제파탄으로 실망에 빠진 우리 국민에게 다시한번 사랑과 봉사를 일깨워 주었고, 그 추모행렬을 보면서 살아있을 때보다는 돌아가신 후 그 진가를 보여준 박정희 대통령을 다시한번 그리는 시간이었다.
많은 대통령을 겪어본 우리 국민들은 가슴속에 대통령을 하려거든 박정희대통령처럼 하고 종교인이 되려면 김수환추기경 쯤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텐데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의 정치, 종교지도자를 꿈꾸는 분들은 더욱 분발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