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2. 18.


善(선)과 惡(악)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세상을 선과 악으로 정확하게 나누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저마다 생각하는 선의 기준과 악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법이라는 이름으로 악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죄에 대한 처벌을 가하지만 사람을 죽인 흉악범이나 강도 등 누가 보아도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선과 악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달라도 너무 달라 보인다. 


특히 거짓말이나 가짜를 만들어 사람들을 속이고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도 자기가 행한 짓을 악으로 규정하고 스스로 악인이라고 고개 숙이고 참회하는 사람보다는 재수 없이 나만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불법정치자금을 받거나 이권에 개입해 감옥에 가면서도 부끄럽게 생각하기보다는 역시 나만 재수 없이 걸렸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대기업 경영하던 사람들이 부도를 크게 내고도 잘 먹고 잘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저사람 참 착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치고 크게 사업에 성공하는 사람 드물고 “저사람 깨끗한 정치인”이라고 평을 받을지라도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나는 정말 깨끗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열심히 일해 사업을 하거나 정치를 하면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분들의 진정한 功(공)을 종이 한 장 차이의 선과 악으로 규정해 따질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도 그리 선하지 않으면서 남을 惡(악)하다고 함부로 얘기하거나 자기가 여당에 있을 때는 야당이 악이고, 자기가 야당에 있을 때는 여당을 악으로 규정짓는 일이나,

 

자기사업의 제품은 멋진 포장과 광고로 위장해 고가로 팔면서 소규모 상인들의 제품을 불량식품으로 몰거나 대기업을 운영한다고 해서 중소기업인을 무시하는 사람은 자기의 선만 내보이고 악은 슬그머니 감추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를 선과 악으로만 단정 할 수 없고, 사업 역시 돈을 벌기 위함인데 선과 악만 따지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선과 악이 부딪칠 때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어는 것이 선이고 어는 것이 악인가를 규정하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라는 것은 선거로 선과 악을 판단해 조금은 선 쪽 사람을 선택하고 상품 역시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선하다고 믿는 쪽을 고르게 되는 것이다.


누가 봐도 선 쪽에 가까운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善終(선종)하셨다고 한다. 죽음을 타계, 임종, 서거, 별세 등 다양한 말로 표현하고 선종이란 천주교에서 쓰는 용어라지만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선한 마음으로 평생을 살다가 그 마음 그대로 돌아가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종교를 떠나 그분이 실천한 善(선)에 대해서는 아마 온 국민이 공감 할 것이며 그분이 바라는 선은 여야나 종교, 이념을 떠나 국민을 위하는 바른 마음이 늘 함께했음을 이른바 악의 축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선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악은 다른 사람만의 것도 아니다.

 

남을 속이기 위해 거창하게 자기를 소개하고 명함 앞뒤에 화려한 경력 꽉 채워 넣고 온갖 착한 척 하는 사람들, 악을 감추려고 선한 척 온갖 술수를 동원해 국민에게 환심을 사려는 사람들, 자기의 富(부)를 축적하기 위해 남을 짓밟으려는 사람들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꿈꾸던 善(선)을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국민 덕분에 정권을 잡거나 공직에 진출한 분들, 국민들이 상품을 사주었기 때문에 부자가 된 분들의 진정한 善(선)을 기대하면서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의 善終(선종)을 哀悼(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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