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2. 04.
가는세월 서유석 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는...
추억의 노래, 추억의 사람, 추억의 풍경.
70년대 많은 젊은이들에게 추억을 남긴 아름다운 사람 서유석씨를 만났다.
그를 생각하면 낙엽 떨어지는 은행나무아래 벤치에 앉아 통기타 선율에 맞춰 사랑을 속삭일 것만 같다. 요즈음 30년째 이어오는 아침방송과 2007년부터 시작한 사업, 그를 불러주는 공연장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의 가는 세월 이야기를 들어본다.
■ 가수데뷔는 어떻게 했는지
성균관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노래 잘부르기로 유명했어요.
그래서 올리비아핫세 주인공의 ‘로미오와 줄리엣’ 음반기획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 음반은 그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 패티김, 현미, 양미란, 김계자 등이 참여했었죠. 저는 그 음반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었어요.
근데 제가 부른 ‘사랑의 노래’가 반응이 좋아 그 음반에 1번 트랙이 됐어요. 당대의 최고의 가수들이 부른 노래를 제치고요. 그렇게 1969년 ‘사랑의 노래’로 데뷔하게 됐어요. 그리고 일년 후 ‘사모하는 마음’으로 첫 앨범을 냈죠.
■ 결혼을 늦게 했는데 부인은 어떻게 만났는지
마흔이 넘어서 결혼을 했지요. 그때가 유신정권이라 내 노래를 개사해서 데모가로 많이 불렀어요. 그러다보니 피해다니느라 결혼은 생각도 못했죠.
그러다 우연히 국악프로그램 피디와 함께 카페를 갔는데 음악에 대해 이야기 했어요. 우리누님이 클래식을 했는데 누님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음악하는 사람들만의 고집 뭐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근데 옆 테이블의 사람들이 갑자기 자기네 은사님을 욕한다며 따졌어요.
그 은사님이 우리 누님이었어요.
그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명함을 주면서 다음에 밥이나 산다고 했죠. 그때 세 사람 모두에게 명함을 줬는데 지금의 부인만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인연이 돼 43살에 늦장가 가게 됐습니다.
■ 라디오 DJ로 유명하신데 요즈음 근황은?
1988년 MBC 라디오 ‘푸른 신호등’을 시작으로 1996년 교통방송 ‘출발 서울대행진’ 진행을 거쳐 지금은 경찰방송 TBN의 ‘교통집중’을 맡고 있어요.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DMB로 들을 수 있지요. 33년 째 아침방송을 하고 있어요.
■ 요즈음 사업도 한다는데?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가는 세월’이라는 상조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옛날에는 동네 어른이 돌아가시면 마음사람들이 모여 장례를 치뤘어요. 그러니 별 걱정이 없었죠.
근데 요즈음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요. 점점 개인화되면서 사람이 없어 큰일 치르는 것이 걱정거리가 됐죠.
그 걱정거리를 해결해 주는 곳이 상조회사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상조하면 장례서비스만 생각하는데 예식, 회갑 등 집안의 경조사를 책임지죠. 그리고 비용적인 면에서도 분할납부하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요.
현재 상조가입 예상인구를 추산해보면 1000만명이 넘어요.
그러나 상조회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100만명 정도밖에 안돼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시장이지만 중요한 순간을 함께 하기 때문에 또한 신뢰가 없으면 힘든 사업이기도 합니다.
■ 목소리 관리와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목소리 관리를 특별히 하지 않지만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아침방송을 하다 보니 4시 반에는 눈을 떠요.
그리고 30분 동안 잔잔한 기타소리에 맞춰 찬송가를 부르죠.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고 방송국에 가요. 이정도면 방송하기 전 워밍업은 충분히 되죠.
아침에 촉박하게 일어나 바로 방송국에 가서 방송을 하면 무슨 소리가 나오겠어요. 아침방송 때문에 그런 생활이 30년 넘게 유지됐죠. 그 기간 동안 5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방송 후 시간이 되면 헬스장에 가서 1시간정도 달리다 오는 것이 전부입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극중 삼식(현빈)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김삼순(김선아)이‘아름다운 사람’을 불러 이 노래가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드라마 작가가 ‘아름다운 사람’을 쓴다고 하길래 ‘알았다’고 했지 그게 전부야. 그 덕에 많은사람들이 ‘아름다운 사람’을 알게 됐는데 피부에 와닿는 특별한 일은 없어요.
■ 요즈음 가수와 요즈음 가요에 대해
장르가 다양해지는 건 아주 좋은 현상이지. 변하지 않으면 문화가 아니니까. 문화는 변해야해. 고여 있으면 발전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요즘 가수는 짧고 기획사는 길어요. 가수가 기획사의 소모품이 돼버렸지요. 인기가 없으면 잊혀지고 기획사는 가수를 바꿔요.
가수는 예술하는 사람이고 고집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연령대가 어려져서 그런 소신 없는 가수가 많아요. 어린나이에 확신없이 시작하면 실패할 때 나쁜 길로 빠지기 쉽죠. 그게 걱정이에요.
■ 가까이 만나는 옛 동료가수들은
가요무대나 열린음악회 같이 공연장에서 보면 인사는 하는데 가까이 지내는 동료는 없어요. 다들 바쁘니까.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요즈음 경제도 어렵고 다들 “어렵다 어렵다”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차분히 이 시기를 보냈으면 해요.
도덕적 신의와 용기를 갖고 말이에요. ‘할수있다, 하면된다, 해보자’라는 각오로 살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어요.
저는 요즘 일주일에 세끼 굶어요. 사실 굶어도 이상은 없어요.
예전보다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답답할 수 있지만 지금을 반성의 기회로 삼고 장롱 속 쓸데없는 옷은 없는지 성찰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장동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