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12. 03.
삐라 전쟁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정말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사다. 삐라(전단지)라는 것은 원래 북한에서 남한 국민을 현혹시키고 내분을 조장하기 위해 뿌리던 것으로 아주 먼 옛적 어린 시절에 본 것 같은 기억이 있지만 그 내용조차 조잡해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다.
그 삐라라는 것이 세월이 흐르니 이제 우리나라에서 북한으로 뿌려지고 있으며 그 삐라 문제를 트집 잡아 북한이 남북문제를 사사건건 트집 잡고 죄 없는(?) 개성공단을 거의 폐쇄 지경으로 몰고 가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업체들이 입고 있다니 이거야 말로 정말 우스운 꼴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북한이 어렵기로서니 삐라 몇 장으로 북한체제가 흔들리는 것도 아닐 테고, 트집일색인 북한의 속셈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이나 당국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북한의 술책에 당하기만 하는 우리정부나, 북한에 삐라 보내는 분들의 절실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 할망정 그들을 마치 역적 취급하는 야당 역시 꼴불견이다.
삐라는 전단지에 불과하건만 북한이 우리 정부가 아닌 민간인들이 하는 순수한 일에 시비하는 것은 정말 유감이다.
북한정권은 우리 대한민국의 정권이 바뀐 후 前(전)정권의 수혜를 보던 일들이 줄어들어 궁지에 몰리자 삐라를 핑계 삼는다고 치더라도, 자기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개성공단 까지 문제 삼는다면 세계인이 북한경제를 외면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하긴 알면서도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남한에 어느 정부가 들어서던 남북 간 고위당국자들이 합의한 일들은 지속되어야 함은 민족의 숭고한 명령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정권을 잡은 여당이나 정권을 내준 야당 모두 북한 문제를 남한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북한 문제는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우리민족이 안고 가야할 業(업)이며 북한의 생떼나 억지에 여야가 장단 맞춰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북한문제만 전담하는 창구가 따로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삐라는 이명박 정권 前(전)에도 뿌려졌으며 정권이 바뀌고 삐라 내용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지만 보나마나 뻔 한 내용일 것이다.
북한 주민은 60여 년을 통제받고 살아왔으며 북한정권은 자기들 체제의 우월성을 늘 강조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그까짓(?) 삐라 몇 장에 화가 치밀어 남북문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면 이미 자기들 체제가 부실하고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밖에 되질 않는다.
별 것 아닌 삐라 문제 까지 들고 나오며 개성공단까지 축소하려는 북한의 처지, 즉 김정일의 와병설, 미국정부의 오바마 등장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있겠지만 남북문제는 서로 상대방을 떠 보거나, 매사에 덧셈과 뺄셈만 해선 될 문제가 아니다. 북한 문제는 우리나라와 국민이 안고 갈 鷄肋(계륵)이며, 민족이 안고가야 할 숙제이기도 한 것이다.
북한에게 너무 퍼주는 것도 문제지만 前(전)정권과 차별화 한다는 정책으로 너무 무시하면 삐라 전쟁은 더 큰 국면으로 비화 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세계경제도 어렵고 남북 모두 어려운 시대다.
따라서 남북 간의 긴장이 완화되고 비록 통일은 아니더라도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자세가 남북 모두에게 필요하다.
나라경제가 좋지 않은 판국에 하필 북풍마저 불어 삐라가 쉽게 날아가고, 삐라 문제로 시비나 하는 북한의 처량한 모습, 그리고 남북경색 하나 못 풀고 민간단체의 삐라 탓이나 하는 남한의 정치권 모습이 한심해 보이는 스산한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