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10. 02.
내년 개교 서울 첫 2개 국제중학교 논란 가열
서울시교육청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국제중 설립 최종 승인을 받은 이후 서울시 최초의 국제중 개교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년 3월 만들어지는 국제중학교는 총 2곳으로, 광진구 중곡동 대원중학교와 강북구 미아5동 영훈중학교이다. 국제화 시대에 맞게 국어, 국사 등을 제외한 과목을 영어로 수업해 언어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만들어지는 국제중 개교는 ‘경쟁’을 앞세우는 공정택 교육감의 대표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제중 개교가 본격화하면서 비싼 입학금, 사교육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며 교육단체와 학부모들의 ‘반대’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 국어·국사 제외한 과목 영어로 수업
국제중으로 지정되는 대원중과 영훈중은 학교당 15학급(학년별 5학급)으로 운영하며, 총 정원은 480명(학년별 160명)이다.
국제중의 교육과정은 현재 국민공통기본교과의 수업 시간수를 기준으로 하되, 국제 관련 교과 수업 시간수가 일반 중학교보다 많다.
중1은 세계지리 과목이, 중2~3은 세계사가 주당 1시간씩 늘어나며 영어는 전 학년에 주당 1시간이 더해진다.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이다.
교육청은 초반에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와 영어를 병행하는 이중 언어교육을 사용하나 점차 영어의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재량활동 시간에는 국제이해 및 제2외국어 교육이 실시되며, 대원중은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영훈중은 중국어와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다.
또 국내·국제기관 현장 체험, 세계 문화 체험 학습 등이 진행된다. 이 밖에도 대원중에서는 어학영재교육원(방과후 학교), 대원글로벌리더 인증제 등을 운영하며, 영훈중은 학년별 소논문 작성 등 개인·그룹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입학 전형은 총 3단계로 이루어진다. 교육청은 필기시험 없이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전형을 실시해 영어 비중이 높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1단계는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모집 정원의 5배수인 800명을 선발한다. 이에 따라 출석 상황, 교과학습 발달 상황, 특별활동상황 등이 주요 전형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익, 토플 등 영어인증시험점수는 반영되지 않으나 학교 내 영어프로그램 참여 실적 등은 반영할 계획이다.
2단계는 한국어 면접으로 개별면접, 집단토론 등으로 이루어지며 모집정원의 3배수인 480명을 선발한다. 교육청은 “면접 시 영어 구사능력을 보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3단계는 2단계 선발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공개 추첨을 통해 이뤄진다. 특별 전형은 국제 인재와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나뉘며 총 72명을 선발한다. 국제 인재 입학 비율은 전체 정원의 25%(40명),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20%(32명)이다.
국제 인재 지원 대상자는 부모와 함께 외국에서 2년 이상 거주하며 2년 이상 수학한 학생, 부모 중 1인 이상이 외국인인 학생, 제2외국어 우수자(대원), 외국인 등이며 사회적 배려 대상자는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 한 부모 가정 자녀, 소년소녀 가장 등이다.
교육청은 이 같은 국제중 입학전형이 사교육을 폭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학교 측과 협의를 통해 10월 중으로 최종 방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입학 원서 접수는 11월 시작되며 최종합격자는 12월에 발표된다.
● 국제중 입시전문학원 우후죽순
하지만 입학 전형에서 ‘영어실력을 보지 않는다’는 교육청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이모씨(40·여)는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영어로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일반 초등학교 과정만으로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별도의 영어 교육이 필요해 사교육 시장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교육청의 국제중 발표 이후 국제중 대비반을 홍보하는 학원들이 우후죽순 늘어났으며 인터넷에서도 대원·영훈 국제중 입시 전문 학원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교육청은 서둘러 강력한 단속 의지를 표명하고 단속에 들어갔지만 ‘국제중이 사교육 시장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국제중이 교과부의 최종 승인을 얻는 등 내년 3월 개교가 가시화하면서 반대여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 중에 하나는 “국제중이 부유층만을 위한 ‘귀족학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중의 연간 수업료는 480만 원이다.
그러나 이는 방과후 학교, 해외 연수비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국제중에 들어가는 돈이 연간 1000만 원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소득층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해외 연수 등은 지원하지 않아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장될 가능성도 있다.
영어몰입교육도 논란거리의 하나다. 전문가와 학부모 사이에서는 “중학생들에게 영어로 수학, 사회, 과학 등을 가르치면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국어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영어로 교육을 받는다면 어린 학생들의 언어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찬반 여론대립 속 “부작용 보완해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임병구 대변인 직무대행은 “국제중 전형요강을 10월에 발표한다고 했는데, 전형요강조차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설립승인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교과부와 교육청이 사교육의 폭증을 막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최종 입시요강에는 사교육 유발 요인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도 “국제중 자체는 필요하다는데 동의하지만 일부 우려되는 부작용은 보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대변인은 “3단계 전형에서 ‘로또식’ 추첨을 고수한 점은 문제가 있다”며 “실력이 아니라 운에 의해서 당락이 좌우되기 때문에 탈락 학생들의 불만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 공동회장은 “명품귀족학교를 서울에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자사고의 중학교 판이 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제중은 교육과정의 특성화가 더 중요하지만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며 “최소한 설립인가를 1년이라도 유예하거나 취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교육단체들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17일 국제중학교 설립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서울시 교육청에 전달했다.
학사모는 특히 국제중이 사교육과 입시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검증도 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피하려는 졸속적인 생각”이라며 “수많은 학생들이 조기유학을 떠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꼼꼼히 따져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진청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