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8. 27.


가는 세월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세월 참 빠르다더니 그 말이 실감나는 시절이다. 올림픽 시작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보름이 흘러버렸고, 더워서 못살 것 같더니만 어느새 찬바람이 분다.


올림픽 시즌에는 한국선수들 응원하느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도 잊고 살았는데 일상에 돌아오면 돈걱정, 사는걱정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젊었을 때는 나이 빨리 먹고 싶었는데 서른이 넘어서니 마흔과 쉰이 금방인 것 같고, 별로 한일도 없는 것 같은데 필자도 벌써 쉰을 넘겼다.


우리말에 삼십은 서른, 사십은 마흔이고 오십은 쉰이라 했는데 필자의 어쭙잖은 생각에 서른은 이제 어른이 됐으니 어른답게 행동하라는 뜻 같고, 마흔의 흔은 이제 서서히 헌 것이 되어간다는 뜻 같으며 쉰은 이제 쉬어간다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예순에도 펄펄 나는 청춘을 가진 분들이 많은 세상에 필자의 좁은 소견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마흔에서 쉰이 너무 빠르게 가버렸고 쉰에서 예순은 더 빨리 간다는 선배들의 말에, 그냥 근거도 없이 필자 혼자 생각해본 말이다.


“가는 세월 그 누구 막을 수가 있나요” 서유석 형이 부른 불후의 명곡이다. 이 노래를 부른 서유석 형도 벌써 육십 중반이다. 형의 얼굴이나 몸은 사십대로 보이는데 나이가 벌써 육십 중반이라니, 하긴 필자도 오십을 넘겼으니 형들과 같이 늙어가지만.

 

그러고보면 한세대(30년)는 같이 호흡하며 사는 것 같다. 필자도 보통 삼십대들하고 공도 차고 술도 마시면서 나이를 잊곤 하는데 필자보다 한참 형들의 마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나간 세월이야 어찌할 수 없고 지금부터라도 마흔의 흔을 헌것이라 하거나 쉰을 쉬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헌 것을 알았으면 더욱 몸과 마음을 가꾸어 다듬고, 쉰것을 알았으면 잠깐 쉬면서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가다듬는 여유를 가지면 어떨까 싶다.


흔히 사십이 넘으면 얼굴에 그 사람의 과거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관상을 보는 사람들이 먹고사는지 모르겠지만, 필자도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에 비친 모습을 먼저 본다. “혹시 얼굴에 뭐가 나지 않았는지” 무식한 방법이지만 어젯밤 과음으로 코끝이 빨간지를 거울을 보면서 컨디션을 체크하고 오늘 한잔을 할까말까를 결정하는 것이 거의 반복적 일상이다.


또한 아침 신문에 고위공직자들이나 유명인사들 나오면 괄호안의 나이에 눈이 먼저 간다. 나이로 비교할 수 없지만 내가 살아가는 현주소를 확인하면서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기에 지난시절은 후회하기 마련이고 가는 세월이야 어찌할 수 없다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나잇값도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겠고, 조금은 남을 배려하고 때론 속는 줄 뻔히 알면서도 손해보면서 살다가 “쉰에서 예순은 그래도 괜찮았어”라고 스스로 말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어른 노릇하랴, 헌 것을 새 것처럼 가꾸랴, 쉰세대 소리 듣지 않기 위해 여유있게 주변 살피랴, 나잇값 하면서 살랴 정말 바쁜 나날이지만 쉰살에 들어와서야 조금씩 철이 들어가는 것은 그래도 지난 세월을 그냥 보낸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다행스럽다. 아직 갈 길이 먼 애송이가 감히 세월을 논하냐고 선배들에게 한소리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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