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6. 25.
촛불, 이젠 가슴 속에 켜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시작된 촛불 문화제가 시작된지 두 달이 되어가고 있다. 그간 어린 학생들과 유모차를 동반한 주부들 그리고 순수 시민들이 주도하던 문화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익 단체들이 참가하면서 집회의 성격이 달라지고 조금씩 폭력이 등장하여 문화제의 순수성을 지지하던 시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번 촛불문화제는 우리 헌정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이 머리 숙여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진솔하게 사과했으며 청와대의 변화와 곧 내각의 변화까지 이끌어낸 커다란 성과를 이룩한 시민혁명이라고 감히 평가한다.
시민의 힘은 언제나 무섭다.
시민들은 현명하기 때문에 권력이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일단은 지켜보며 더 이상 밀어 붙이지 않는다. 순수한 시민들의 힘을 불순한 의도로 다른 곳에 이용하려 한다면 시민들은 또 다른 촛불을 들기 마련이다.
촛불이 순수문화제 일 때 참가하지 못하는 시민이 마음 속으로 지지를 보내지만 불법과 폭력이 동반되면 국민은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며 권력의 반격이 시작되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일단 이번 촛불 문화제는 여기서 접어야 한다. 그동안 켜왔던 수 십 만 개의 촛불은 잠시 끄고 이제 시민의 가슴 속에 넣어 두었다가 정말 필요할 때 다시 꺼내야 한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는 마당에 최후의 보루인 시민의 촛불이 너무 오래가면 지루하기 마련이고 이미 상대방이 잘못을 인정했으면 지켜보아야지 계속 몰아붙이면 의외의 변수가 튀어 나오게 됨을 두 번 세 번 되새겨야 한다.
권력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촛불이 아니라 국민의 가슴 속에 숨겨져 있는 촛불, 아니 횃불이다. 초심(初心)으로 돌아가겠다는 대통령을 지켜보면서 가슴 속에 작은 초를 간직하여 권력이 국민을 두려워하게 해야 한다.
지금이 촛불을 거둬들일 기회다. 기회를 잃으면 위기가 온다는 것은 역사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