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 11. 04.


국민연금 수급자 800만 시대, ‘넓고 얕은’ 기초연금 미봉책 아닌 근본적인 개혁 필요

박근종(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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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연금 수급자가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800만 명을 돌파하며 제도의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1988년 처음 도입된 국민연금 제도가 38년 만에 맞이한 이 거대한 이정표는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와 가파른 인구 고령화가 맞물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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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수급자가 처음 400만 명을 넘어선 지 불과 11년 만에 그 규모가 두 배로 급증했으며, 다가오는 2030년에는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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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자와 수령액이 빠르게 늘어나며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를 지탱하는 실질적이고 최후의 사회적 보루로 성숙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외형적 성장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빈약한 급여 수준과 기금의 재정 불안정성, 그리고 기초연금과의 엇박자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결코 안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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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뼈아픈 대목은 국민연금의 실질적인 소득 보장 수준이 노후를 온전히 의탁하기에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연금을 수령한 806만 2,142명의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수급자의 66.0%에 달하는 519만 3,269명이 매달 60만 원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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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월 20만 원 이상 40만 원 미만을 받는 수급자가 38.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40만 원 이상 60만 원 미만이 21.2%였으며, 20만 원 미만의 최저 구간 수급자도 6.8%에 달했다. 반면 월 200만 원 이상을 받는 수급자는 전체의 1.7%에 불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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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격차의 근본 원인은 가입 기간에 있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당시 근로 소득자만을 대상으로 하였고, 농어민과 도시 자영업자는 각각 1995년과 1999년에야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절대적인 가입 기간이 짧은 수급자가 양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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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인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117만 4,499원이지만, 10년에서 19년 사이의 수급자는 45만 1,860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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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인구 구조의 극적인 변화는 제도의 지속가능성마저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연금의 기둥 역할을 해야 할 가입자는 저출생의 직격탄을 맞아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불과 3년 만에 100만 명 가까이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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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 규모 역시 급증하여 올해 55조 9,753억 원 수준인 총급여액은 당장 내년에 62조 7,175억 원으로 늘어나고, 2028년에는 81조 6,629억 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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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진통 끝에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3%로 조정하는 모수 개혁에 합의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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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식시장 호조로 18.82%라는 역대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며 230조 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어 기금 고갈 시점을 2071년으로 늦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이는 활황장에 기댄 일시적 성과일 뿐 구조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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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된 기초연금(당시 기초노령연금) 역시 심각한 구조적 모순에 봉착해 있다. 제도 도입 당시 44.8%에 달했던 노인 빈곤율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나, 현재 노인 빈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수치보다 극심한 양극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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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779만 명에게 무차별적으로 지급되는 ‘넓고 얕은’ 방식의 기초연금으로는 소득 격차를 결코 좁힐 수 없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까지 수령하는 고소득 노인과 연금 가입조차 하지 못한 저소득 노인이 사실상 같은 금액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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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소득과 자산을 합친 선정 기준액이 부부 기준 월 395만 원인 가구도 혜택을 받는 반면, 정작 가장 가난하여 기초생활 급여를 받는 노인은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잡혀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기막힌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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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하위 30% 노인에게 3만 원을 더 주는 미봉책을 썼으나 고소득 수급자를 줄이겠다는 본래 계획은 무산되었고, 내년도 기초연금 예산은 무려 25조 원에 달하여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만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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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표를 의식한 정치적 득실을 떠나 현실에 기반한 치밀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결단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우선, 기초연금 제도의 원천적인 재설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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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 기준을 합리적으로 상향하여 고소득 수급자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여기서 절감된 막대한 재원을 극빈층 노인에게 집중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 형태의 타깃형 복지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취약계층의 생계급여 삭감 문제를 즉각 시정하여 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이 진정한 노후 안전망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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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국민연금의 실질적 급여액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의 무게중심을 가입자 수 확대에서 실제 가입 기간 연장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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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나 가족돌봄자 등 불가피하게 경력이 단절된 이들에 대한 크레딧 제도를 대폭 넓혀 실질적인 납부 기간을 늘려주는 촘촘한 제도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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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재정의 영구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과감한 구조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현재 13%로 정해진 보험료율 대비 소득대체율 43%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지균형 보험료율은 21.2%에 달하는 저부담 고급여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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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개시 연령이 2028년 63세에서 64세로 늦춰질 예정이나, 전문가들의 제언처럼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추가 조정하는 방안을 공론화하고, 부채가 자산을 넘어서면 급여를 자동 조정하는 재정 안정장치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 또한 국고 투입 시점을 앞당겨 기금이 바닥나기 전에 선제적인 재정 안정을 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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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수급자 800만 명 시대의 도래는 개혁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엄중한 경고음이다. ‘운 좋은 한 해’의 일시적 기금 수익률에 취해 미세 조정에 머무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빚더미를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다. 정부와 국회는 제도의 근간을 재설계하는 근본적 개혁에 착수하는 초당적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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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이 기회를 놓친다면 국민연금은 든든한 노후 안전망이 아니라 세대 간 불신을 키우고 국가 재정을 파탄 내는 재앙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노후 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진정한 구조개혁이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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