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 09. 16.
주택담보대출 연체 120% 폭증, 벼랑 끝 취약 차주 구출할 거시적 방어막 시급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3년 반 동안 20%가량 늘어나는 사이 연체액은 두 배 넘게 불어났다. 특히 3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장기 연체액은 세 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이는 ‘영끌’로 집을 산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고금리 여파로 차례차례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방증(傍證)으로 금리 인상 국면과 맞물린 가계부채 부실은 금융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는 만큼 경계심을 갖고 선제 관리를 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7일 발표한 ‘가구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에 따르면 2023~2025년 집을 산 가구 가운데 대출 부담이 많이 증가한 고(高) 차입 가구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르는 경우 1년 뒤 연체 확률이 0.81%포인트 높아졌다.
한 사람이 연체하면 1년 안에 다른 가구원도 별도 대출을 연체할 확률은 8.8%로, 기존 주택 보유 가구의 4.6%보다 1.9배 높았다. 가구원 여러 명이 각각 대출을 받는 경우 한 사람의 상환 능력 악화가 다른 가족의 대출 상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8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연 3%로 높인 만큼 빚을 많이 낸 가구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의 국지적 상승세 이면에서 한국 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경고음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바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주택담보대출 연체 문제다. 겉으로 드러난 가계부채의 양적 팽창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채의 질적 악화가 통제 범위를 벗어날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맞물려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 쓴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이는 단순한 개인의 파산을 넘어 금융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현재 금융권이 마주한 지표는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지난 9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은행 주택담보대출 건전성 현황’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22년 말 644조 3,000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779조 2,000억 원으로 21%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한 주택담보대출 연체 채권은 1조 원에서 2조 2,000억 원으로 무려 120%나 급증했다. 대출 규모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빚을 갚지 못해 발생하는 연체 채권의 증가 속도가 약 6배나 빠른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단기 연체를 넘어선 장기 연체와 부실채권의 가파른 증가세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2022년 말 5,000억 원에서 지난 6월 말 1조 4,0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실제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 역시 8,000억 원에서 1조 7,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대비해 은행들이 쌓아둔 대손충당금도 3,000억 원에서 9,000억 원으로 무려 세 배나 불어난 상황이다. 이는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이 대출 증가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傍證)하는 명백한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부실의 징후는 이미 계층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고금리 부담을 견디지 못한 2030 ‘영끌족’과 저소득·저신용 취약 차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고차입 가구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1년 뒤 연체 확률이 0.81%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부실의 ‘전염성’에 있다. 한 가구 내에서 한 사람이 대출을 연체할 경우, 1년 안에 다른 가구원이 별도 대출을 연체할 확률은 8.8%로 기존 주택 보유 가구 4.6%보다 무려 1.9배나 높았다. 가족 중 한 명의 상환 능력 악화가 가구 전체의 연체 도미노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가계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한계 상황도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맞물려 실물경제를 옥죄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68%에 달해 비취약 자영업자와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은 올해 2분기 15조 2000억 원 규모로 늘어났으며, 대출을 보유한 사업장 중 폐업 상태인 곳이 14.0%에 달하는 등 가계와 소상공인 모두 빚의 무게에 짓눌려 벼랑 끝에 서 있는 형국이다.
금융권 단위에서도 특정 은행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연체 잔액은 5.117억 3,000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방은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여, 전북은행의 경우 신규 분양주택 집단대출 부실 등의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 0.19%에서 올해 6월 말 0.95%로 반년 만에 5배나 급등했다.
대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중·저신용자가 몰리는 2금융권이나 지방은행의 선행적 부실은 전체 금융권의 연쇄 위기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출 구조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연 3.00%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많은 차주가 당장 목전의 이자 부담을 피하고자 여전히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선호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0.5%포인트만 상승해도 전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6조 5,000억 원이 늘어나며, 특히 중·저소득 가계에 2조 3,000억 원의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1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독려하고 있으나, 변동형 대비 높은 금리로 인해 실질적인 전환을 끌어내기에는 자금조달 비용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가계부채 발(發)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한 골든타임(Golden time)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미시적 땜질 처방을 넘어 거시적 관점에서 가계부채 관리 패러다임(Paradigm)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기존의 ‘개인 상환 능력’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가구 전체의 부채와 소득, 자산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정교한 심사 및 리스크(Risk)관리 체계가 서둘러 신속히 도입되어야만 한다.
아울러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보다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여 무분별한 과다 차입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다만, 일률적인 대출 옥죄기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환 의지가 있으나 일시적인‘유동성(Liquidity)’ 위기에 빠진 취약 차주들에게는 만기 연장이나 상환 방식 변경 등 맞춤형 연착륙 지원책을 병행해야만 할 것이다.
빚이 가계의 굴레를 넘어 국가 경제를 붕괴시키는 족쇄가 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부실 고리 차단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시점임을 각별(恪別) 유념(留念)하고 실행(實行)으로 답해야만 한다.